지난 4일 전북 남원시청 직원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이 직원은 지난달 30일 확진자와 같은 음식점에서 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이 일행은 아니었고 5m가량 떨어진 자리에서 식사했다. 그런데 어떻게 전파가 일어났을까. 방역 당국은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사이 에어컨 바람에 의해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신종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6개월 만에 다시 1200명대로 치솟은 것은 에어컨을 가동하는데 환기는 제대로 안 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바이러스 생존에 불리하다. 그러나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환기는 제대로 안 할 경우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이 만들어져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해 8월 발생한 파주 스타벅스 집단감염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시 천장형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창문을 통한 환기를 하지 않은 것이 70명 집단감염의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서울시 코로나 확진자 중 30% 정도가 환기 불충분으로 발생했다며 ‘서울의 창을 열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창문과 출입문을 상시 개방하고 상시 개방이 어려울 경우 1시간에 10분 이상 환기해달라는 것이다. 미국 MIT 마틴 Z. 바잔트 교수 등은 지난 4월 식당에 감염자 1명이 들어와도 자주 환기하고 손님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57시간 동안 공기 전파가 발생할 확률은 10% 미만이라는 계산을 내놓았다.
▶밀폐 환경에서 에어컨을 트는 것이 바이러스 전파에 좋은 조건이라면 항공기 기내는 최악이 아닐까. 그러나 항공기에선 공기를 여과하며 가열해 소독한다. 또 여과한 공기가 기내 위쪽에서 내려와 기내 아래로 나가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일종의 공기 커튼 역할을 해 누가 기침을 해도 옆으로 전파되기 어렵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기내 공기를 통한 코로나 전파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며 “메르스 때도 기내에서 전파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 이 역시 환기의 효과다.
▶환기를 하려면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질병관리청은 지난 5일 여름철 올바른 환기 지침에서 하루 최소 3회, 한번에 10분 이상 창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가능하면 마주 보는 창문을 동시에 열어 맞통풍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을 켰을 때는 최소 2시간마다 한번 10분 이상 환기해달라는 것이 방역 당국의 당부다. 에어컨 풍향을 사람이 없는 천장이나 벽으로 하는 것도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 환기는 마스크 쓰기, 손 씻기와 함께 코로나 시대 생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