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건조 완료된 국내 최초 기상관측선 '기상 1호'의 모습. 총 톤수 498톤, 길이 64m로 25일 이상 연속 항해가 가능하며, 최고 시속 33km로 서해 어느 지역이나 10시간 이내에 이동해 24시간 이후의 날씨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고층-해상-해양-환경 관측이 동시에 가능해, 중국과 몽골에서부터 이동하는 황사입자의 농도도 측정하는 등 입체적인 종합관측을 수행할 수 있다. /기상청

코로나19는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없다. 2020년 1월에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래, 나라 곳곳에서 16개월째 현재 진행형이다. 확진자 수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울했던 지난해,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었다. 미세 먼지 농도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미세 먼지 주의보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령 횟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2019년 서울에서만 미세 먼지 주의보가 8회 발령됐으며, 날짜로는 14일간 미세 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 먼지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서울시 초미세 먼지 주의보는 15회에 걸쳐 29일간 발령되었다.

미세 먼지의 공포는 2020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에는 미세 먼지 주의보가 4회에 걸쳐 단 4일간 발령되었다. 초미세 먼지 주의보는 5회에 걸쳐 9일간 발령되었다. 미세 먼지 주의보와 초미세 먼지 주의보가 종종 동시에 발령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세 먼지 농도가 심각했던 날이 채 10일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만 유독 미세 먼지가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반도 전역에 걸쳐 미세 먼지 농도가 1년 사이 급격히 줄었다.

미세 먼지가 줄었든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서쪽에서 불어온 바람과 다소 잦았던 강수만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국내외 경제 활동과 적극적인 미세 먼지 관리가 더 중요한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발 황사가 덮친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하늘이 뿌옇다. /장련성 기자

올해도 코로나19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유독 미세 먼지 농도가 높다. 4월 중순까지 서울 미세 먼지 주의보는 2회에 걸쳐 2일간 발령되었다. 무엇보다 미세 먼지 경보가 이틀간이나 발령되었다. 초미세 먼지 주의보도 7회에 걸쳐 14일간 발령되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미세 먼지가 다시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황사다. 올해 유독 황사가 많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내리 4년간 서울에서는 단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던 3월 황사가 올해는 5일이나 관측되었다. 사실 3월 말 미세 먼지 주의보와 경보도 모두 이 황사 때문이었다.

황사. 미세 먼지에 온 관심을 쏟던 사이, 다소 낯선 이름이 되어버렸다. 최근 황사 자체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탓도 있다. 3월 말 중부지방 황사 경보는 2015년 이후 처음이었다. 남부지방은 무려 11년 만에 황사 경보가 발령되었다.

황사는 말 그대로 노란 흙먼지다. 몽골과 중국 북부 건조지역에서 모래폭풍이 발달하면서 한반도까지 날아오는 현상이다. 평소 익숙한 미세 먼지와 특성이 매우 다르다. 미세 먼지는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을 받아 주로 탄소와 이온 성분으로 구성된다. 반면 황사는 토양 성분으로 구성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황사는 몽골과 북중국에서 시작된다. 겨울철 황무지를 덮고 있던 눈이 녹고, 얼었던 땅이 녹으면, 흙과 모래 가루가 흩날리게 된다. 이때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바람이 강해지면 흙과 모래를 공중으로 들어올리게 된다. 굳이 하늘 높이 흙먼지가 부유할 필요는 없다. 황사 발원지는 한반도보다 해발 고도가 높기 때문에 흙먼지가 조금만 공중으로 떠올라도 바람을 타고 쉽게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있다. 마치 언덕 위에서 아래로 먼지가 날리는 것처럼.

황사의 특성이 잘 알려졌다고 해서 예측이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황사를 정량적으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발원지 지면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지난겨울, 몽골과 몽골·중국 접경지 기온은 평소보다 3~4도 정도 높았다. 이로 인해 눈이 많지 않았고 지면이 매우 건조했다. 적당한 저기압이 통과하면 언제든 한반도로 황사가 날려올 가능성이 있었다. 문제는 저기압의 강도다. 강한 저기압은 흙먼지를 높은 하늘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 상층 편서풍을 만난 흙먼지는 한반도 넘어 먼 곳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심지어 미국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3월 중순 황사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징은 하늘이 노랗다 못해 주황빛이었지만 서울 하늘은 다소 맑았다. 흙먼지가 한반도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강한 바람을 따라 동해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달 황사 경보는 매우 정확했다. 황사 경보는 미세 먼지 주의보보다 5배 이상의 미세 먼지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인공위성 사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양의 흙먼지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황사가 날아오는 서해상에 관측 지점이 거의 없어서, 황사 농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 실제로 황사 경보 직전, 백령도에서 측정된 황사 농도는 경보 기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황사 경보가 발령되었다. 결정적인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상관측선 ‘기상1호’의 관측 자료였다. 당시 ‘기상1호’는 서해상에서 일상적인 관측을 수행 중이었다. 그리고 황사를 정확히 관측했다. 황사 경보 수준의 흙먼지가 바다 위에서 관측되자, 곧바로 황사 경보가 발령되었다.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서해안을 중심으로 미세 먼지 농도가㎥당 1000㎍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평소에 비해 수십 배 높은 값이다. 서울에서도 800㎍에 육박하는 미세 먼지가 관측되었다. 황사가 삽시간에 온 나라를 덮은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해상 관측이 제 역할을 한 순간이기도 했다.

황사는 전형적인 자연재해다.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몽골과 중국의 사막화를 저지하고 있으나, 건조지역의 면적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해 이 지역의 토양 수분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적절한 기상 조건이 만들어지면 언제든 강력한 황사가 한반도에 날아들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4월이 지나기 전 황사가 한 번 더 올 수도 있다.

막을 수 없다면, 대비라도 철저히 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해상·항공 관측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