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8일 가자지구 지하터널 안의 하마스 무장단체 조직원들. 하마스가 국경 침투 터널을 모두 파괴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로이터에 지하터널을 공개했다./로이터

북한은 오랜 기간 하마스에 군사 지원을 해왔다. 특히 이스라엘이 6~8m 높이로 가자지구를 둘러싼 분리 장벽을 건설하자, 이를 피하는 ‘땅굴’ 건설에 북한 기술이 투입됐다. 하마스는 이집트 시나이반도나 이스라엘 남부 사막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땅굴을 다수 파놓고 이스라엘군과 쫓고 쫓기는 ‘두더지 게임’을 벌여왔다. 하마스 땅굴은 성인 남성이 살짝 고개를 숙여 이동이 가능하고, 그 안에서 수개월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잘 구축돼 있다. 무기와 생필품 등이 오고 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정보 소식통은 9일 “하마스가 비무장지대(DMZ)에 다수의 땅굴을 운용했던 북한에 기술을 전수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북한은 땅굴 건설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어 과거 미얀마 군부 등에 장비와 기술, 인력을 수출한 적이 있다.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비행기가 지하 터널에서 지상으로 나올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 있다”고 했을 정도다. 이스라엘군은 2014년 하마스가 구축한 30여 ‘땅굴 네트워크’를 확인했는데 배치 형태나 구조 등이 비무장지대서 발견된 북한 땅굴과 흡사해 화제가 됐다. 레바논 무장 세력 헤즈볼라가 구축한 지하 시설 중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스라엘 안보 단체는 2021년 보고서에서 “헤즈볼라가 2014년 북한과 1300만달러 계약을 맺고 자재와 굴착 기술을 넘겨받았다”고 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북한이 ‘일꾼’을 외교관으로 위장시켜 땅굴을 활용하는 방법을 조언해 왔다”고 했다.

북한이 하마스에 무기를 제공한 정황도 다수 있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북한의 무기 거래 움직임을 추적해 온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8일(현지 시각) VOA에 “2014년 북한이 하마스에서 수십만달러를 받고 107·122mm 다연장 로켓 발사기, 통신 장비 등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2009년에도 북한산 지대지미사일과 로켓 추진식 수류탄 등 35톤 규모의 무기가 실린 화물기가 태국에서 적발됐다. 당시 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북한 무기의 행선지는 이란”이라 했는데, 벡톨 교수는 “이후 이스라엘 당국이 무기가 이란을 거쳐 하마스·헤즈볼라로 향하고 있었을 것이라 전한 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