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최근 일본의 인기 TV 프로그램 형식을 수입해 똑같은
프로그램들을 내놓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 사이에
일본 TV를 베꼈다는 '표절 시비'가 일거나 뒤늦게 일본 방송의
아류라는 사실을 알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는 21일부터 새 코너 '브레인
서바이버'를 방송했다. '브레인…'은 연예인 16명이 퀴즈 대결을 거쳐
최후 승자의 모교에 장학금을 주는 방식. 그러나 이 코너가 방송된 직후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일본에서 본 프로그램과 너무 똑같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떴다.
'일밤'의 김엽 PD는 이에 대해 "일본 TBS의 사전 동의를 얻어
프로그램 형식을 수입했기 때문에 표절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브레인…'은 지난 3월 TBS가 코너 이름까지 똑같이 방송했던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방송 말미에 '제작협조 TBS'란 자막을 올렸다.
SBS도 올 여름 부분 개편에 맞춰 선보인 새 프로그램 중 상당수에서 제휴
방송사인 일본 NTV 형식을 그대로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기록
팡팡팡' '솔로몬의 선택', '뷰티풀 선데이'의 '창업사관학교'
코너는 구성이 일본 프로그램과 똑같다. 특히 '진기록 팡팡팡'은 첫
회에서 비디오 테이프의 길이가 몇 m인지, 다리 긴 여자가 100m를 몇
걸음에 가는지 등 개별 내용마저 NTV '울트라 숍'을 그대로 따서
방송했다.
SBS 예능국 정순영 부장은 "최근 일본 NTV와 협의를 마치고 프로그램
형식을 가져왔다"며 "수입한 프로그램들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본TV 베끼기 붐'이 우리나라 오락
프로그램의 안이한 제작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거 만연하던 '무단 표절'보다는 한 단계 발전했다고 하지만,
'창작의 고통' 없이 손쉽게 시청률을 올리려는 편법이란 주장이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김태현 부장은 "일본 TV 프로그램 형식을 수입하기에
앞서 우리 PD들이 새로운 형식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창조적인 노력을
해왔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입 고지'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이기현 박사는 "'제작협조'란 자막만
내보내는 것은 너무 형식적"이라며 "일본 TV는 수입한 형식을 방송할
때 프로그램 원본까지 상세히 밝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