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국가 경쟁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의 대표적인 사례가 핀란드이다. 스위스의 국제 경영대학원(IMD)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지수에서 수년째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교육 부문에서는 지난 97년 이후 연속 1위다.

2005년 7월 헬싱키 국립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학술대회 참석이 목적이었지만, 방문한 김에 목재나 펄프를 만들던 노키아가 어떻게 첨단 휴대전화 회사로 변신했는가를 알고 싶었다.

헬싱키 대학 교수 등의 도움으로 파악한 노키아의 변신과 경쟁력의 근원은 이런 것이다.

핀란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전 과정의 학비를 국가에서 부담할 뿐 아니라, 매달 생활비까지 지급한다. 따라서 교육비가 국민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나 될 정도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작고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핀란드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한 가지, 기술 경쟁력뿐이라고 판단하고 일찍부터 인력양성과 연구개발(R&D)에 장기적인 투자를 해온 것이다.

핀란드가 국가 생존을 위해 교육에 국력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은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이 나라에 최악의 경제 위기가 닥친 199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구소련 붕괴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핀란드는 그 타개책으로 교육시스템부터 뜯어고쳤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핀란드를 지식기반형 사회로 만드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정부가 앞장서 교육을 통해 노동의 질 관리에 나섰다는 점이다. 벌써 15년 전에 이미 지식기반의 정책을 도입할 만큼, 장래를 내다본 선견지명이 놀랍다.

또 R&D육성을 위해 헬싱키 공과대학과 같은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과 연구소들이 모여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하고 상업화하는 산·학·연 협동 중심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가 연구소 따로, 대학 따로, 산업체 따로 가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핀란드뿐만 아니라 스웨덴도 국가경쟁력이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두 나라의 공통점은 정부가 교육과 연구와 같은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하되,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고급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양질의 노동력을 정부가 직접 챙겨 온 것이다.

그뿐 아니다. 핀란드 정부는 90년대 초 경제위기 때도 오히려 R&D 투자를 늘렸다. 그래서 기업도 대학도 정부를 믿고 열심히 연구하고 양질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실 끝에 탄생한 것이 노키아라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IMF위기를 당했을 때 제일 먼저 연구소와 연구조직을 잘라 낸 우리나라가 지금, '이공계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김동화 한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