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깊은 지하철역은 어디일까? 동작구 상도동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이다.

지상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 직선 거리가 무려 45.49m에 이른다. 1호선 시청역(10.5m)의 4배가 넘는다.

지하철을 타려면 지하 6층 승강장까지 내려가야 한다. 역 입구에서 승강장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는데도 5분 정도 걸린다. 그것도 2번 갈아타야 한다. 지상~지하 1층, 지하 1~2층, 지하 2~5층 등을 잇는 에스컬레이터가 10개 있다. 지하 1~2층 정도만 돼도 계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 역의 계단은 거의 텅 비어있다. 지하 6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면 겨울에도 숨이 가쁠 정도다. 승강기 3대는 대개 장애인이나 노인 등이 사용한다. 여미리(18)양은 “땅밑으로 끝없이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한참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말했다.

숭실대입구역의 또 다른 이름은 살피재역. 봉천동과 상도동을 잇는 살피재 고개에서 비롯됐다. 예전에 수목이 울창하고 도둑이 많아 ‘살펴가라’는 뜻의 고개 이름이 붙었다.

고도는 160m 정도. 숭실대역이 깊어진 것은 이러한 지형 조건 때문이다. 숭실대역 양쪽에 있는 상도·남성역과 선로 높이를 비슷하게 맞추느라 깊이 팠다. 구옥기 역장은 “역이 깊어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나면 노인이나 어린이들을 안내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이곳 말고도 40m 이상 깊이 들어간 역이 3곳 더 있다. 신금호(5호선·42.12m)·버티고개(6호선·40.87m)·여의나루(5호선·40.85m)역 등이다. 대개 지하 4~5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독바위(6호선)·남태령(4)·남구로(7)·영등포시장(5)·녹사평(6)·이태원역(6) 등도 깊이가 30m 이상이다. 가장 깊은 지하철역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산성역(8호선·53.91m)이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첨단 굴착기기 등 건설기술이 발달해 깊이 파는 게 수월해졌다”면서 “승강장이 깊어진 만큼 비상시 승객 대피 및 건축물 안전에도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