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에 따른 인류 최후의 날을 상징하는 ‘심판의 날 시계’(Doomsday Clock)가 17일, 오후 11시53분에서 오후 11시55분으로 자정에 2분 더 가깝게 당겨졌다. 이 시계를 관장하는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소속 과학자들은 이날 워싱턴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로 핵겨울 위험이 증가했다”면서 시카고 대학에 있는 ‘심판의 시계’ 바늘을 옮겼다.
BAS 사무총장인 케네트 베네딕트(여·Kennette Benedict) 박사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북한의 핵 실험이 심판의 날 시계를 2분 앞당기는 데 큰 원인이 됐다”면서 “북한이나 이란의 핵개발이 핵탄두나 핵무기화 등 성숙한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두 국가가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지 않아 시계 바늘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전 세계적 문제인 만큼, 한국 국민들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딕트 박사는 “북한의 핵실험 성공 여부에 대해 핵물리학자들이 모여 데이터를 장시간 분석한 결과 핵실험이 분명하지만, 기폭 장치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북한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衆論)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시각 조정에는 북한·이란의 핵개발 외에도, 미국과 러시아에 존재하는 2만6000여개의 핵무기, 미비한 핵물질 안전관리 현실 등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심판의 날’ 시계는 1947년 핵 위협을 경고하기 위해 미 시카고 대학 내에 11시55분으로 설정돼 처음 설치됐다. 지금까지 17번 바늘이 조정됐다. 자정에 가장 가까웠던 때는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1953년으로, 오후 11시58분이었다. 냉전 종식 후인 1991년에는 자정에서 17분이나 뒤로 돌려진 적도 있다. 오후 11시55분은 냉전 시절보다 자정에 가까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