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부 세계에 자세한 실정이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군 병영생활을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플래닛미디어 간행)는 제목의 책으로 펴낸 북한군 출신 탈북자 이정연(38·사진)씨.
12일 기자와 만난 이씨는 키가 180㎝가 넘는 체격이었다. 북한군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장교로 복무하다 1999년 귀순한 이씨는 "'180만 대군'을 가진 북한군도 허술한 측면이 있지만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며 "북한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지금 일본 모 방송국에서 북한 관련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본지 12일자 A8면 참조〉
―북한군은 한국군을 어떻게 보나.
"남한 군사력이 막강해졌다는 점은 다들 인정한다. 하지만 남한군과는 단독으로 맞붙을 경우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한다. 10년을 복무한 북한군인과 1년 반을 복무한 남한군인의 숙련도와 전투력이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북한군의 '적군(敵軍)학' 교재에서 한국 군인은 '차렷' '열중쉬어'를 배울 때쯤 제대한다고 비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에 대해선 다르다. 병사들에겐 '미군은 키만 크지 겁쟁이'라고 교육하지만 실제로는 미국과 붙으면 북한은 끝이라고 생각한다. 미군은 북한 군대에 두려운 존재다."
―금강산댐은 동해안 지역으로의 병력 및 장비 보급로 확보용이라고 주장했는데.
"1996년 금강산댐 터널공사 당시 김정일이 댐 밑으로 뚫은 지하통로를 지프차를 타고 순시한 적이 있는데, 차량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보급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북한군은 6·25전쟁 때 미군 폭격으로 동해안 지역에 병력과 장비 보급이 제대로 안 돼 고전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보급로 확보를 위해 터널을 뚫었다고 봐야 한다."
―전방지역에서 북한 공작원이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월북하는 것을 봤다고 했는데.
"1990년대 초 한국군 모사단 맞은편에 있는 북한군 2사단 초소 쪽으로 월북자 한 명이 들어왔다. 한국군 군복을 입고 M-16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북한 잠수함으로 동해안으로 침투했던 해군사령부 정찰대대 작전조원이었다. 파도가 높게 일어 잠수함과 접선하는 데 실패, 휴전선을 넘어 복귀했던 것이다. 전방지역에 근무할 때 그런 경험이 몇 차례 더 있었다."
―간간이 북한 군 내 쿠데타 시도설도 나도는데.
"개인적 경험으로 판단해볼 때 북한 군 내에서 '반(反)김정일'을 표방한 조직적인 쿠데타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북한군의 명령 체계는 일선 지휘관이 당위원회와 협의하도록 돼 있는 등 당의 방침이나 명령도 중요하다. 또 중대급에까지 정치지도원이 파견돼 있어 감시망을 피해 쿠데타를 모의하고 병력을 동원한다는 건 평시에는 어렵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