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브리핑룸 통폐합 등 언론의 취재 길은 계속 좁혀 온 반면, 정부의 홍보 담당 공무원과 예산을 크게 늘리고 KTV와 같은 관영 매체를 확대하는 등 ‘일방통행식’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영 조직을 통한 일방적인 홍보가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정홍보처·재정경제부·보건복지부 등 40개 정부 부처의 홍보 분야 공무원은 2004년 말 625명에서 2006년 말 763명으로 22.1% 늘어났다. 이는 전체 공무원 증가율 1.2%의 18배에 이르는 것이다.
정부 부처들의 홍보 예산도 2004년 520억원에서 2006년 899억원으로 72.9% 급증, 전체 정부 예산 증가율(8.7%)의 8배를 넘었다.
또 정책 홍보가 아닌 '정권 홍보'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KTV는 내년에 인력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KTV를 운영하는 영상홍보원이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08년도 소요 정원 설명자료'에 따르면 영상홍보원은 국정홍보처에 내년 KTV 인력을 현행 110명에서 214명으로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영상홍보원은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KTV 시청을 독려했다는 등의 ‘대통령님 지시사항’을 언급하며 ‘정부의 정책 정보가 기존의 언론을 통해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각 부처의 홍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증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 강호천 홍보지원팀장은 “인력 증원 요청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KTV 방송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인력”이라고 말했다. KTV 운영 경비도 지난해 80억1200만원에서 올해 96억7800만원으로 21% 늘어났다.
KTV는 2005년 9월 ‘이슈 라인’이란 프로그램에서 국정홍보처 국정감사 내용을 보도하면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발언 내용만 방송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홍보 기능 강화하면서 조직도 키워
정부 부처의 홍보 분야 공무원이 급증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정책 기능과 홍보 기능이 함께 가야 한다’는 논리로 기능 확대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A 정부 부처 관계자는 “예전 공보실은 기자와 언론 모니터링 업무 위주였으나 현 정부 들어 정책 구상 및 입안 시부터 홍보 관점에서 검토하고 협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홍보실 업무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정홍보처는 홍보 담당 조직 인원이 277명에서 304명으로 약 10% 늘어났다. 재정경제부는 홍보기획단이 정책홍보관리실로 확대되고 외부에 있었던 경제교육기획단을 흡수하면서 17명에서 28명으로 64.7% 급증했다. 또 해양수산부(8명→14명), 건설교통부(10명→16명), 기획예산처(7명→10명) 등도 홍보 분야 공무원이 많이 늘어났다.
홍보 예산의 경우 기획예산처가 2004년 7000만원에서 17억7000만원으로 25배 늘어났고, 문화관광부(5억2000만원→102억9000만원), 통계청(2억5000만원→31억4000만원)도 급증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예산 낭비 사례를 많이 신고해 달라는 취지의 광고 집행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덩치만 키운다고 능사 아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는 “큰 정부를 지향해 온 현 정부에서도 특히 홍보 관련 조직의 확대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현 정부는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보다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기 때문에 홍보 인원과 돈이 많이 들어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KTV의 인력 증원 계획과 관련,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정보방송학)는 “공영도 아닌 국영방송을 계속 강화하면서 정부를 견제·감시하는 언론들의 취재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전 세계 언론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V는 시청률 0.051%… '정권홍보 채널' 비판
국정홍보처 소속 영상홍보원이 운영하는 케이블·위성방송이다. 정부 부처의 각종 브리핑 생중계는 KTV를 통해 이뤄지며 자체 제작 보도물도 편성한다. ‘정책홍보’ 채널을 자임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입장만을 전달하는 ‘정권홍보’ 채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든 케이블방송사가 의무적으로 편성하는 채널이지만 지난주(21일~27일) 평균 시청률은 0.051%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