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에단(Ethan)이 열한 살 무렵이던 60년대부터 우리는 영화를 찍었습니다. 달랑 8㎜ 비디오 카메라 하나 들고서였죠. 하지만 정직하게 고백하건대, 지금이나 그때나 (영화 만드는 자세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 (상을 받으니) 몸이 막 떨리는군요."

세 살 위 형인 조엘 코엔(Joel Coen·54)의 몸이 실제로 조금 흔들렸다. 제 80회 아카데미 영화제의 주인공은 이들 형제였다.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까지 형제의 이름으로 받은 오스카 트로피만 무려 3개. 하비에르 바르뎀이 받은 남우조연상까지 합치면 이들 형제가 연출한 차가운 스릴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날 4관왕의 영광을 누렸다.

폭력적 세계를 블랙 유머로 그려온 코엔 형제는 그동안 영화감독이나 마니아에게는 열광의 대상이었지만, 사실 대중적으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뜻밖의 끔찍하고 모순적인 사건으로 치닫는 아이러니를 그려내는 데는 늘 탁월했지만, 일반 관객들은 "어렵다" "어둡다"고 불평했다.

형제는 위대했다. 동생 에단 코엔(왼쪽)과 형 조엘 코엔(오른쪽)이‘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지난해 감독상 수상자였던 올해의 시상자 마틴 스코세지(가운데)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수상도 마찬가지. '바톤 핑크'(1991) '파고'(1996)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등 작가주의를 우선하는 칸 영화제에서는 감독상 단골 수상자였지만, 대중과의 호흡을 강조했던 아카데미에서는 늘 푸대접이었다. '파고'(1996)로 각본상을 한 번 받은 적은 있지만 이들 형제가 주요 부문에서 오스카를 거머쥔 것은 이번이 처음. 미국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대명사가 마침내 할리우드 주류로 당당하게 입성한 것이다.

작품으로도 최고의 평가를 받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지만, 이날 하루 형제가 거둔 기록 역시 80년 오스카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한 사람이 같은 작품으로 세 개의 아카데미 트로피를 받은 경우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Coppola·'대부2'), 제임스 카메론(Cameron·'타이타닉'), 빌리 와일더(Wilder·'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뿐이다.

감독상을 공동으로 받은 경우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의 로버트 와이즈와 제롬 로빈스 이후 이번이 겨우 두 번째. 그만큼 이들 형제의 공동 연출은 희귀하면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처음부터 이들이 공동 연출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다. 형제의 이름을 모두 감독 크레딧에 올리긴 했지만, '분노의 저격자'(1984)로 데뷔할 때만 해도 동생이 제작, 형이 연출을 맡았다. 하지만 이후 공식 인터뷰에서 형제의 대답은 한결같다. 이날 시상식을 마친 뒤 무대 뒤 인터뷰에서도 그 질문을 받았지만, 형제는 "우리는 역할 분담을 하지 않으며, 모든 영화를 항상 함께 만든다. 1부터 100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 작업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같은 대답을 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엔 형제의 12번째 연출작. 코엔 형제 필모그래피 중 가장 염세적 세계관을 지닌 작품으로 꼽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 내에서 64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벌어들여 자신들의 작품 중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