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에 출범한 일본의 로스쿨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알고 지내는 한 일본교수에게 이메일을 띄웠다. 그는 재작년 말 한국 사법개혁위원회 초청강연에서 일본의 경험을 들려주었던 법사회학자 미야자와 세쓰오(宮澤節生) 교수다. 일본 로스쿨 도입 당시 선도적 역할을 했던 그는 이메일 답신에서 상당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일본의 로스쿨제도는 특히 두 가지 점에서 우리 제도와 다르다. 그 하나는 로스쿨을 둔 대학에서도 법학부를 계속 존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스쿨 과정은 둘로 나뉘며 법학부 졸업생은 2년 과정, 법학전공 아닌 학부 졸업생은 3년 과정이다. 다른 하나의 차이는 로스쿨 인가(認可)의 성격이다. 우리는 사실상 허가제에 가까운 제한적인 인가제지만, 일본은 설치기준에 맞는 모든 신청 대학에 인가하는 제도다. 일본에는 모두 74개 로스쿨이 있고 입학생 정원은 총 5800여명에 이른다. 제일 적은 로스쿨 정원은 30명, 제일 많은 정원은 300명이다.
지난 3년간의 일본 로스쿨제도 실시는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가. 일본 법학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법학교육 방법의 혁신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교재가 개발되고 법무실습 프로그램이 개설되었으며 다양한 전공과 경험의 학생들이 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은 모두 새 제도에 기대했던 성과물이다. 반면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 핵심은 로스쿨 학생 수와 사법시험 합격자 수의 큰 차이에 있다. 2006년에 처음 실시된 새 사법시험에서는 2087명이 응시하여 1009명이 합격했다(합격률 48.3%). 2007년 시험에서는 4600명 응시자 중 1851명이 합격했다(합격률 40.2%). 로스쿨 중 제일 높은 합격률은 65%, 제일 낮은 합격률은 3%에 불과했다. 애초의 정책방향은 졸업생의 70 내지 80%가 합격한다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 법무성과 일본변호사단체협회는 합격자 수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본래 2010년까지 합격자 수를 30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계획을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여러 부수적인 문제와 병폐가 나타나고 있다. 로스쿨 입학 지원자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특히 비(非)법학 전공자의 지원이 감소하고 있다. 학생들이 사법시험 과목에만 집중하게 되고, 심지어 사설 고시학원의 특강을 로스쿨 안에 끌어들이고 있다. 사법시험 출제를 했던 한 명문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힌트'를 주었다가 해직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야자와 교수는 한국에서 로스쿨 학생정원을 적게 한 것은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현명한 판단이라고 본다. 또한 일본 메이저 로스쿨의 교수들은 앞으로 군소 로스쿨이 문을 닫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합격률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언하는데, 이런 기대나마 너무 낙관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의 로스쿨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대학 측은 인가 추가와 증원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의 정원은 절대적으로 적다고 보아야 하지만 만일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지 않은 채 대학 측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그 결과는 일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초점은 사법시험 합격자를 늘리는 데에 있다. 이미 변호사 수가 넘쳐난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지만 이를 반박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법경제학자 신도철 교수에 의하면, 200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변호사의 평균소득은 1인당 GDP의 9.55배에 이르며, 이것은 미국의 경우 1인당 GDP의 2.57배인 것과 비교할 때 미국의 약 3.7배에 달한다. 그는 또한 법률산업이 지식기반사회의 유력한 성장산업의 하나라고 보면서 그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변호사 수가 더 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정권 말기에 서둘러 결정한 로스쿨제도는 졸속정책의 표본이다. 새 정부에서 책임있는 정책 결정자가 나서서 국민 이익을 판단 기준으로 대학 측과 법조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과연 법조인들의 강고한 기득권 방어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