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400호를 맞은‘월간관광교통시각 표’의 발행인 안영선씨가 그동안 나온 과 월호 잡지들을 두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정지섭 기자

기차와 고속·시외버스, 비행기와 배, 그리고 수도권 전철과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매달 나오는 이 잡지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탈것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다. '월간 관광 교통 시각표'가 2008년 6월호로 통권 400호를 돌파했다. 1974년 8월 창간 이후 33년10개월 만이다. '열차사랑' 동호회 임병국(35) 회장은 "초등학생 시절 이 책 하나 달랑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며 "여행자들에겐 '바이블'로 통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잡지 제작자는 단 한 명, '관광교통문화사' 대표 안영선(54)씨다. 철도공무원 출신의 부친이 창간한 잡지 일을 돕다 2006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혼자 '가업(家業)'을 꾸려오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형 시각표가 있어야 한다고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어요. 근데 돈벌이하고는 좀 거리가 멀지(웃음)."

서울 중구 중림동 사무실에서 시각표와 찻삯을 업데이트하는 게 그의 하루 일과다. 인터넷, 팩스가 없는 시골 터미널에는 인쇄 예정인 시각표를 반송용 봉투에 넣어 확인한다. 시간이 맞는지 종종 '암행 출장'도 다닌다.

글 대신 숫자와 표로 가득 찬 '재미없는' 잡지지만 '독자 편지'는 한 달에 10여 통씩 꾸준히 온다. 대개 틀린 것을 지적하는 항의 내용들이다. "따끔한 지적이지만 힘이 나요.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거잖아요. 오랜 독자들이 많아요."

사무실 한편에 1974년 8월 나온 창간호부터 과월호들이 보관돼 있다. 1호와 400호를 견주니 그 안에 한국사회의 변화가 엿보인다. 서울발 경부선 하행 기차의 경우 1974년 8월 시각표에는 18회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15회다. 지하철 기본 요금은 30원에서 90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30배로 올랐다.

올가을 '관광교통시각표'는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90년대 잠깐 실었던 국제선 비행기 안내도 부활하고, 부산·대구·광주·대전 지하철 정보도 실을 계획이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에 볼 게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는 '길벗'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