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 바닷속 난류해역에 서식하며 패류·해조류 번식을 방해하는 분홍멍게가 수온 상승으로 급속히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홍멍게는 수컷과 암컷의 특성이 한 몸에 있는 자웅(雌雄)동체로, 독성물질을 지닌데다 패류 및 해조류 등의 서식지에 먼저 정착해 이들의 서식을 방해하고 있어 일명 '해적생물'로 분류되고 있다.

29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성산읍 해안 일대를 비롯 제주시 우도와 한림읍 비양도 등지에서 분홍멍게가 대량으로 발견돼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가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 연안, 인도네시아 연안, 인도양 등 난류지역에 주로 분포한 분홍멍게는 제주지역에서 1975년 첫 발견된 뒤 서귀포 연안 일부 자연암반이나 어초 등에서 간혹 눈에 띄었으나, 최근 1~2년 사이 제주 전역으로 확산되고 서식밀도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가 지난 4월 성산읍 일대 해안을 중심으로 서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직경 5㎝ 안팎의 분홍멍게가 수심 5~15m 암반과 인공어초 등 해조류 서식지에 가로·세로 20㎝ 넓이에 48개체가 서식할 정도로 빽빽한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송환 성산어촌계장은 "지난해부터 분홍멍게의 서식지역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소라·전복·감태 등 토종 해조류의 서식 환경이 점차 파괴되고 있다"며 "하지만 독성을 가지고 있어 함부로 제거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수산연구소 조성원 박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으로 분홍멍게가 급속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분홍멍게 유입 경로 및 확산원인 등에 대한 규명과 함께 어장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