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터 리젤리우스 카오스필롯 학장은 “물이 반쯤 들어 있는 잔을 보고‘반밖에 없네’라는 생각과‘반이나 남았네’라는 두 가지 생각을 모두 할 수 있는‘21세기형 창 의적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 라고 말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창의적 리더에는 두 종류가 있죠. 단지 창의적인 사람과 자신보다 더 창의적인 리더를 만들어내는 사람. 후자에 초점을 맞춰 21세기형 리더를 양성해 나가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라고나 할까요."

창의적인 기업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덴마크의 3년제 대학 '카오스필롯(Kaospilot)'의 크리스터 리젤리우스(Liz�lius·37) 학장이 26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하는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리더십'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991년 덴마크 오르후스 지역에 설립된 카오스필롯은 강의식 수업을 지양하고 프로젝트 중심의 창의적 비즈니스·프로젝트·프로세스 디자인 등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교육시켜 북유럽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덴마크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태어나지만,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창의성을 다 잃어버리죠. 그들 마음속에 깔려 있는 창의성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이 학교 학장을 맡고 있는 리젤리우스 학장은 학장인 동시에 카오스필롯의 CEO다. 그 자신도 카오스필롯 출신이며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그는 "우리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평균 연령이 23.5세로 고졸, 대졸, 석사학위 소지자, 박사학위 소지자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고 국적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쿠바 등으로 다양하다"면서 "이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기보다는 도전에 맞닥뜨렸을 때 그를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태도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카오스필롯의 한 해 정원은 35명 안팎, 수업료는 한 달에 400유로(약 68만원) 정도로 매년 120~140명의 학생들이 지원한다. 선발기준은 엄격하다. 학벌은 전혀 중요치 않으며 주어진 '창의적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해낼 수 있느냐가 선발의 관건이 된다. 입학 지원서의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당신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어떤 초능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기 싫습니까?'….

리젤리우스 학장은 "지난번엔 '이 문제들을 도저히 풀 수 없다'고 답한 한 여성이 최종 심사를 통과해 합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이 400명 가까이 되는데 3분의 1 정도가 자영업을 하고, 3분의 1 정도가 사기업에서 일하며, 나머지가 NGO나 공공기업에서 일하고 있지요."

'창의성을 말살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 교육제도에 대해 할 말은 없을까? 그는 "한국 교육의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정확히 진단하지는 못하겠다"면서도 "교육의 근본은 '부모를 위해 아이들을 학교에 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사회의 긍정적인 일원이 될 수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