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국가브랜드위원회(위원장 어윤대)는 우리나라의 국가이미지가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OECD 국가 중 33위로 꼴찌에서 두 번째이지요.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국가브랜드 순위는 30위 내에도 들지 못하고, 이로 인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그 동안 국가브랜드 관리에 실패했음을 뜻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소프트 파워란 군사력 등으로 행사되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달리,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을 말합니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세계가 부국강병을 토대로 한 하드 파워에서 소프트 파워를 중심으로 한 연성(軟性)국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지요. 초기에는 미국적 가치와 삶의 질, 그리고 자유 시장경제의 흡입력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능력만을 의미했습니다. 예컨대 군사력에 의존했던 몽골이 피정복문화에 동화된 것과 경제제재 완화로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발사실험 중지 약속을 얻어낼 수 있는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제력보다는 매력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힘을 가리키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됐습니다. 소프트 파워의 핵심 중추는 교육·학문·예술 등 인간의 이성 및 감성적 능력을 포함하는 문화입니다. 즉 우리나라가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문화 강대국이 되자는 의미이지요.
어윤대 위원장은 "브랜드 이미지와 같은 소프트함을 키워야 한다"며 소프트 파워를 언급했습니다.
"소프트 파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소프트 파워의 원천은 역사나 문화를 배경으로 해서 그 나라 문화를 알리면서 키워나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국경을 넓히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대변인을 통해 "잘 사는 나라도 중요하지만 존경과 사랑 받는 나라가 더 중요하다"며 "한국이 짧은 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어두운 면도 좀 있긴 하지만 이것을 걷어내기 시작하면 이른 시간 내 좋은 국가 이미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문화를 공유하는 국가로 새로운 문화를 적절히 소화하고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새롭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소프트 파워를 높이는 비전과 전략의 슬로건을 '배려하고 사랑 받는 대한민국'으로 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여하는 나라, 존중 받는 국민, 함께 하는 사회, 세계적인 기업 등 '4대 비전'과 오는 2013년 국가브랜드 가치 세계 15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각각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국가브랜드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국제사회 기여확대 ▲첨단기술과 제품 홍보 ▲매력적인 문화 관광 ▲다문화 포용 및 외국인 배려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 등 '5대 역점 분야'를 선정하는 한편 이를 구체화한 '우선 추진 10대 과제'도 내놓았습니다.
10대 우선 과제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성공사례를 개발도상국에 전파함으로써 이른바 '경제한류'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우수인재 교류, 해외봉사단 확대, 재외동포 네트워크 구축 등을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키자는 전략이 우선 포함됐습니다. 아울러 한국어 보급 확대 및 세계화를 위한 'U-세종학당'구축과 태권도의 명품화,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발굴 및 홍보 등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글로벌화하자는 차원입니다. 또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 따뜻한 다문화 사회 만들기, 디지털로 소통하는 대한민국 만들기 등은 국내외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인의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하드 파워와 달리 소프트 파워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중요합니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관광업소의 서비스 수준, 해외에 나가 세계시민으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일 등이 소프트 파워 구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프트 파워를 높여 궁극적으로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몫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