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일본 요코하마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부 단식에서 세계 1위 장이닝이 궈예(2위·이상 중국)를 4대2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여자탁구에서 덩야핑-왕난에 이어 장이닝의 시대가 꽃피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여자대표팀의 현정화(40·1993년 세계선수권 여 단식 우승) 감독은 덩야핑을 현역시절 선수로 상대해 봤고, 지도자로서 왕난과 장이닝을 겪었다. 세계 탁구여왕 3인방 중 현정화가 보는 역대 최강은 누구일까.
◆압도적 카리스마 덩야핑(현재 36세)
"저도 현역 땐 자신감이 넘쳤어요. 하지만 덩야핑만 만나면 '도저히 못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른 누구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현 감독은 5일 통화에서 선수시절의 덩야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m48의 단신 덩야핑은 신체적 약점을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극복해 낸 선수였다. 테이블에 딱 붙어서 연타를 날리는 '전진속공'을 완성시킨 인물이다. 현 감독은 "덩야핑이 맞은 편에서 노려보면 저절로 위축됐다. 사람을 제압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선수였다"며 덩야핑의 힘을 카리스마에서 찾았다.
◆중국의 정책적 스타 왕난(31)
중국 탁구선수에게 세계선수권 우승은 국가별로 출전 쿼터가 제한된 올림픽 우승보다 몇배나 어렵다. 그런 세계선수권에서 1950년대 이후 유일하게 3회 연속우승을 차지한 여자선수가 왕난이다. 현 감독은 "왕난은 최초로 남자 같은 백핸드 드라이브 공격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며 "연결력과 위기 대응능력이 뛰어난 선수였다"고 했다. 왕난은 세계 1위이면서도 가끔 한국 선수에게 패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1997년 세계선수권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 12년간 꾸준히 중국 대표직을 유지했다. 현 감독은 "호감을 주는 깔끔한 이미지 탓에 중국 탁구협회가 왕난을 정책적으로 지지했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무결점 선수 장이닝(28)
현 감독은 장이닝에 대해선 "중국 대표 중에서도 당할 자가 없다. 장이닝은 한 차원 다른 선수"라고 말했다. "포핸드와 백핸드의 공격과 수비 어느 곳에도 약점이 없고 탁월한 자기 관리도 장이닝의 장점"이라고 했다. 현 감독은 "선수에겐 기복이 있기 마련인데 장이닝에게선 슬럼프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현정화 감독은 당대를 완전히 지배했다는 의미에서 덩야핑과 장이닝이 쌍벽이고 왕난은 그 다음이라고 봤다. 하지만 최고의 1인자로는 덩야핑을 꼽았다. 덩야핑은 현란한 속임수 동작과 변화가 극심한 서비스, 번개 같은 제3구 공격 등 현대 여자탁구의 기술을 정립시킨 선수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덩야핑은 지나치게 강한 이미지 탓에 전성기이던 1997년 중국탁구계가 조기 은퇴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감독은 "지금의 중국대표는 덩야핑을 벤치마킹한 '덩야핑 키드'로 봐도 된다"고 했다. 은퇴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덩야핑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 선수촌 부주임을 맡았으며, 지난달엔 베이징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부서기에 선임되기도 했다.
한국에선 언제쯤 이런 탁구여왕이 나올까. 이 질문에 대해 현 감독은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탁구가 중국을 이기는 감격스런 장면을 한동안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를 지켜 본 탁구팬들의 한결같은 얘기였다. 남자결승에선 왕하오(중국)가 왕리친을 4대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