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나 펜 없이 생각만으로 글을 쓰고, 손을 움직이지 않고도 공을 던지거나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다면?

공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생각을 읽는 기계'의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이 26일 보도했다. 이 기술은 생각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활용하는 기술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라고 불린다. 전신마비 환자들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고 새로운 게임에도 활용된다.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생각을 읽는 기계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왼쪽 위 부터 생각으로 글자를 선택해 문장을 쓰는 기계, 생각으로 레버를 통제하는 핀볼 게임기, 생각으로 공중에 띄운 공을 움직여 작은 링 속으로 통과시키는‘마인드플렉스’게임.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벤처기업가 크리스토퍼 구거(Guger)는 생각만으로 글을 쓰는 BCI 기술을 각국 기업과 연구소에 수년간 연구용으로 공급해왔다. 전극 8개가 연결된 특수장비를 머리에 쓰고 화면에 지나가는 알파벳을 보고 있으면, 원하는 글자가 나타날 때 뇌에서 발생하는 약 15㎶(마이크로볼트)의 전류를 컴퓨터가 감지해 글자를 선택해 준다. 15㎶는 1.5V 건전지가 발생시키는 전류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구거는 "과거엔 이 장비를 쓰는데 며칠씩 훈련을 거쳤지만 요즘은 불과 몇 분 만에 글자와 문장을 입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발달과 함께 연구자 숫자도 늘고 있다. 클라우스-로베르트 뮐러(M�jller) 베를린기술대 연구팀장은 "10년 전 전세계적으로 10여개 정도였던 BCI 연구그룹이 지금은 200여개에 달한다"고 했다. 베를린기술대는 오른쪽 혹은 왼쪽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핀볼 게임기의 좌우 레버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튀빙겐대 연구팀은 2년 내에 전신마비 환자들이 생각의 힘만으로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스웨덴의 한 기업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힘을 겨루는 '마인드볼' 게임을 팔고 있다. 두 사람이 머리띠 형태의 BCI 장비를 착용하고 마주 앉아 누가 더 뇌의 긴장을 잘 완화시킬 수 있는지 겨룬다. 긴장을 더 잘 해소하는 사람이 상대 쪽으로 공을 더 멀리 보낼 수 있어 승리한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들의 학습능력과 창조력 향상에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