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월 한식세계화추진위원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내년 240억원의 예산을 한식세계화에 투자한다. 한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등록된 식당 숫자는 41만6000여개로 이 중 한식당은 23만6000개(56%)다. 2007년 9월부터 2년간 한식당은 6000개가 늘었다. 바야흐로 '한식 중흥기'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 한식당 업주나 한식 요리사들은 "한식에는 미래가 없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를 본떠 만든 우리나라의 레스토랑 가이드 '블루리본'이 꼽은 '2009년 주목할 만한 새 레스토랑' 17곳(서울) 중 한식당은 고깃집 1곳에 불과했다. 반면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5곳, 일식당 4곳('데판야키 식당' 1곳 포함), 프랑스 레스토랑 3곳, 태국 음식점 1곳, 빵집 2곳이었다. 서울 17개 특1급 호텔 중 롯데·워커힐 등을 제외한 13곳에서 한식당이 사라진 것에 이어 '대표선수급' 한식당이 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식을 업그레이드할 새로운 '인재'도 제대로 수혈되지 못하고 있다. 대덕대학 호텔외식조리학과 김덕한 교수는 "입학할 때 약 100명의 학생 중 50~60%가 '한식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한식을 지원하지만, 졸업할 때는 20~30%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고급 인력이 취업할 정도로 규모를 갖춘 한식당이 드물기 때문이다.
음식업중앙회 박영수 상임부회장은 "최근 한식당이 많이 생기는 것은 경기악화에 따른 생계형 창업으로 국가 차원의 한식당 경쟁력과는 무관하다"며 "100개가 문을 열면 1년 내 50개가 문을 닫는데, 이 중 한식당의 폐업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식당의 낮은 경쟁력 원인을 높은 원가에서 찾는다. 본지가 한식당, 파스타 전문점, 양식당 등을 30여곳 운영하는 한 대형 외식기업의 식당별 원가율을 입수해 비교해봤다.
A한식당 대표 메뉴인 '비빔밥'(8000원)의 재료비는 2992원으로 원가율이 37.4%인 반면, 파스타 식당의 메뉴인 '카르보나라'(1만600원)의 재료비는 2735원으로 원가율이 25.8%에 불과했다. 비빔밥은 스파게티에 비해 재료값은 더 들어가지만 가격은 싼 구조다.
이걸 한달 매출로 봤을 땐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A식당 매출은 한달 4000그릇 3200만원. 이 중 한달 재료비는 1184만원으로, 인건비·마진으로 남는 것은 약 2000만원. 1만1000그릇을 판 카르보나라의 경우 매출은 약 1억1700만원으로 3018만원이 재료값이었고, 남은 금액은 8600만원이다.
박영수 상임부회장은 "식자재값과 인건비를 합친 한계원가의 경우, 일·중·양식은 55%에 불과하지만, 한식은 한계원가가 65% 선으로 마진이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한 식당 주인은 "최소한 세 가지 이상 반찬을 리필해줘야 하는 비빔밥의 적정가는 1만원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만원짜리 비빔밥'은 우리 현실에서는 '무리'라는 걸 식당업자들은 잘 알고 있다.
당연히 몇몇 고급 한식당이나 박리다매 저가식당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고급인력이 한식당을 떠나고 있는 게 또 다른 문제다. 서울 신사동 '개화옥' 김선희 사장은 "젊은이들은 한식당에는 면접조차 오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봉급 적지요, 접시는 무거운데 서빙할 건 많죠, 고기 구워야죠, 판 갈아야죠. 반면 스파게티는 기껏 나가봤자 빵과 피클 두 가지면 끝이니 훨씬 편하죠."
한 전문가는 "정부가 프랜차이즈에 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프랜차이즈는 식당업주보다는 사업주만 돈을 챙기는 구조인데다, 프랜차이즈로 '한국의 대표 식당'이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며 "한식세계화는 그저 음식관련 전문가들이나 살려주는 얘기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식당과 한식이 살아남으려면 기본찬 숫자를 줄이는 간소한 식단으로 반찬 재활용을 막고, 동시에 다양한 일품요리 개발, 세제 지원 확충 등으로 식당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