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엔터테인먼트부장

바야흐로 프랜차이즈 전성시대다. 프랜차이즈 관련 창업 박람회가 넘쳐나고, 여기저기서 각종 상도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다.

정부도 얼마 전 '프랜차이즈 방안'을 내놨다. 자영업 식당은 5년간 폐업률이 84%가 넘지만, 프랜차이즈 식당은 폐업률이 25% 선으로 낮다. 하나의 이름을 쓰고 메뉴·식자재·매장 관리를 통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초기 창업비용 5000만원 지원, 프랜차이즈로 전환 시 1억원까지 저리대출 등을 발표했다. 언론들은 이를 '한국판 맥도날드'라고 설명했다. 그럴싸해 보인다. 정부로서는 최소한 안타 하나는 친 기분이겠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문득 연초의 사건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도 닌텐도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던 대통령 발언은 곧 '명텐도' '명텐도 MB'란 말로 희화화됐다. "저거 좋다. 따라잡으라"는 식의 접근법에 대한 일종의 야유였다. 닌텐도가 성공한 이유는 디지털 시대의 대중을 아날로그식으로 휘어잡았기 때문이다. 닌텐도 DS의 게임 중 하나인 '닌텐독스'는 동물훈련 게임이다. 그런데 이 동물들이 길들이기도 어려울뿐더러 심지어 가출까지 한다. 게임기가 사람을 쥐고 흔드는 것이다. 프로라면 "왜 닌텐도는 닌텐도인가" 하는 질문과 답부터 내놨어야 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맥도날드'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화는 결코 21세기적 외식산업의 대안이 아니다. 맥도날드가 맥도날드가 된 건, 한 손으로 일하고 한 손으로 식사하는 '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50년 전 모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대안이 나왔다. 냉동감자가 아닌 손으로 써는 생감자 프라이를 곁들여주는 '인앤아웃 버거', 지역농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버거빌', 저열량 패스트 푸드를 선보이는 '머슬 메이커 그릴'은 많은 수의 매장을 갖진 못했지만, 성장세도 기특하고 무엇보다 '안티'가 없다. 공룡의 기세로 외식업 시장을 획일화하던 시대는 갔다.

하지만 우리 외식 시장은 여전히 '따라쟁이' 시장이다. 수십종의 찜닭 체인과 불닭 체인이 생겼다 사라진 걸 생각해보면 된다. '오리지널'은 보호받지 못하고, 그저 유행 따라 들어갔다 손 털고 나오면 그만인 시장이다. 알맹이 없는 프랜차이즈업체도 적잖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에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직영점이 하나도 없는 프랜차이즈 본부가 64.7%에 달한다"는 자료를 내놨다. 정부 돈을 노려 서류만 잘 꾸민 업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업계에서는 '2012년까지 가맹점 1000개짜리 프랜차이즈를 100개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에도 냉소적이다. 그런 무자비한 숫자 늘리기는 실현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외식업은 미국식보다는 이탈리아식에 가깝다. 집에서 먹던 음식을 갖고 나와 가족끼리 식당을 연다. 월급쟁이조차 수틀리면 "나가서 식당이나 차릴까 보다"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손맛 좋은 주인이 꾸미는 작은 식당은 획일화된 맛의 프랜차이즈 식당은 엄두도 못 낼 '독창성'을 갖고 있다. 정부가 세금 들여 '공장형 음식'을 내는 집만 늘린다면, 그게 과연 자영업 선진화일까.

물론 이런 식당은 영세하고, 아마추어의 '인건비 따먹기'로 운영된다. 인테리어도 형편없다. 음식 노하우를 가진 식당이 수십 년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계절에 나는 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어 성공하고, 또 그 자식이 대를 잇는 '노포(老鋪)'의 숫자는 그 나라 자영업의 체력을 말해준다. 개성 있는 노포와 탄탄한 프랜차이즈 식당이 공생할 수 있는 식당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의 대안은 좀 더 신선해야 한다. 식당 정책을 아파트 짓듯 해서는 돈만 날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