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률이 1990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09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작년 일반계고와 전문계고 졸업생 중 대학(전문대 포함 380여개)에 진학한 비율은 81.9%로 전년도인 2008년 83.8%보다 1.9%포인트 떨어졌다. 대학 진학률이 하락한 것은 지난 1989년 35.2%에서 1990년 33.2%로 2%포인트 떨어진 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로 대학 진학률은 그동안 상승세를 이어왔다. 1995년 51.4%를 기록한 이후 1997년 60.1%, 2001년 70.5%, 2004년 81.3%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다, 2004년 이후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1990년과 1991년에 각각 33.2%, 2005년, 2006년에 82.1%로 두 차례 진학률에 변동이 없었던 적은 있었지만 하락한 적은 없었다.
지난 20년간 고공 행진을 하던 대학 진학률이 지난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 전문가들은 우선 수험생이 증가해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꼽았다. 4년제 대학의 모집 정원은 2008학년도 37만8268명에서 2009학년도 37만8477명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데 비해 수험생은 58만4934명에서 58만8839명으로 4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주요 대학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수험생은 늘어나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2010학년도에도 수험생이 더 늘어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고교 졸업생수는 2009학년도 58만8839명에서 2014학년 64만명으로 계속 증가하다 2015학년 이후부터 줄어든다.
계속되는 심각한 취업난으로 대학진학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조효완 대표(서울 은광여고 교사)는 "과거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대학에 가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는데, 요즘 고 3학생 진학 지도를 하면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되지 않는 데 꼭 진학을 해야 하나' '취업이 잘되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이대영 홍보담당관은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3 학생들의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영향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고 있으며 정부는 '부실대학'의 퇴출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난으로 대학 진학률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했다. 하지만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는 "진학률 1.9% 포인트 하락으로 전반적인 사회현상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2009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 고교생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61%로 독일(34%)이나 일본(46%)보다 높다.
한편 '2009 한국의 사회지표'에서는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82.4%)이 남학생(81.6%)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1986년 32.6%로 남학생(39.7%)보다 7.1%포인트 떨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