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6시 2분쯤 서해 백령도 남서쪽 천안함 함미(艦尾)가 침몰한 바다에 떠있는 3000t급 구조함 광양함의 탐색·구조 요원들이 갑자기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전기에선 "챔버(감압장치) 스탠바이(준비)"라고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가 잇따라 흘러나왔다. 5분도 안 돼 철제 들것을 실은 고무보트가 출발했고, 배에 타고 있던 실종자 가족 대표들도 술렁거렸다.

오후 6시 12분쯤 무전기를 통해 현장 상황이 전해졌다. "남기훈 상사 시신 발견, 시신 발견!" 천안함이 침몰한 지난달 26일 이후 처음으로 실종자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해군 관계자는 "해난구조대(SSU) 잠수사 2명이 원·상사 식당 천장 부근에서 남 상사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천안함이 두동강으로 잘린 바로 그 절단면이었다"고 말했다.

함미쪽 탐색·구조를 맡은 SSU 요원들은 이날 승조원식당 출입문을 통한 선체 진입을 포기하는 대신 또 다른 통로를 찾기 위해 선체 외부를 샅샅이 훑었다. 해군 관계자는 "전날까지 승조원식당을 통하여 배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실내에 각종 전선과 호스, 부유물이 떠있어 진입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잠수요원들이 남 상사 시신을 발견한 것은 오후 5시 59분쯤이었다. SSU 석규주(34)·송하봉(32) 중사가 입수한 지 6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시계(視界)가 30㎝도 안 되는 물속에서 두 사람은 양손으로 배의 몸통을 더듬으며 조금씩 나아갔다. 천안함은 마치 눈에 덮인 듯, 빠른 조류에 실려온 진흙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었다. 배의 절단된 부분을 따라 원·상사 식당 쪽에 다가갔을 때쯤, 무엇인가가 두 사람의 손에 잡혔다.

석 중사 등은 "처음엔 소방호스인 줄 알았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사람 다리였고, 시신은 누워 있었다"며 "곧바로 시신을 수습해 물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남 상사는 전투복 상의를 입고 있었고 하의는 내복이었다. 전투복은 일부가 약간 찢겨 있었지만 이름표와 계급장은 남아 있었다. 오른쪽 발에는 양말이 신겨져 있었지만, 왼쪽은 맨발이었다. 남 상사 목에는 무엇인가 관통한 듯한 10㎝ 정도의 상처가 있었다. 해군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남 상사 시신은 훼손이 거의 안 돼 얼굴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차가운 물속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물 밖으로 인양된 남 상사 시신은 흰 천이 덮인 뒤 인근 독도함으로 옮겨졌다. 독도함에서 남 상사 시신을 확인한 한 실종자 가족은 "시신을 보는 순간 죽고 싶을 정도로 참담했다"며 "내 가족이 발견되면 또 이런 심정일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