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최근 '선거 운동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올해 줄줄이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투표를 치르기 때문이다. 당장 6일 영국 총선이 실시되고, 한국에서는 6월 2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열린다. 7월에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열리고,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대미를 장식한다.

이런 대형 투표들을 치르면 항상 후유증이 따른다. 공정 선거 논란도 있지만, 수학적인 논란도 일어난다. 가장 큰 논란은 실제 투표 결과와 의회의 의석 구성이 수학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만 해도 지지율이 30%대인 정당이 대개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곤 한다. 선거제도를 개정하자는 논의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는 최근 다양한 나라의 선거제도를 열거하며 이런 '선거의 모순'이 사실상 바로잡기 불가능하며, 민주주의의 태생적 모순임을 지적했다. 과연 세계 각 국가는 어떤 선거제도를 쓰고 있고 어떤 모순을 갖고 있을까?

◆최다득표자 당선방식, 투표 결과 왜곡

각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투표제도는 최다득표자 당선방식(first-past-the-post)이다. 미국, 캐나다, 인도, 영국, 한국 등이 국가적인 선거에 주로 이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한 번의 선거로 당선자를 간편하게 가려낼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장에 온 투표자가 투표함에 자신의 표를 넣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상적인 선거제도는 투표자의 의사가 100% 의회 구성에 반영되는 것이지만, 이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최근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실렸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볼 때는 단점이 많은 방식이다. 2005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은 불과 전체 투표 중 35%만 득표하고도 55%의 의석을 차지했다. 지지율과 의석 배정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각 선거구에서 2위 이하 후보의 득표는 의석 배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다.

국민의 전체적인 의사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파티장에 모인 15명에게 우유, 와인, 맥주 중 인기가 가장 높은 음료 1개를 제공한다고 치자. 6명이 우유-와인-맥주, 5명이 맥주-와인-우유, 4명이 와인-맥주-우유 순으로 선호도를 보였다. 최다득표자 당선방식에 따르면 최고 인기음료는 우유다. 그러나 실제로 우유를 모두에게 가져오면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15명 중 과반수를 넘는 9명에게 우유는 최악의 음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2위 두 후보에 대해 2차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2002년 프랑스 대선의 경우에는 좌파 후보가 1차 투표에서 모두 떨어져 좌파 성향의 투표자에게 2차 투표의 의미가 전혀 없었다.

◆수학적 오류 완전히 고쳐낼 수는 없어

호주 의회나 미국 시 의회 등에서는 최저 득표자 탈락제를 활용한다. 이 방식은 여러 명의 후보 중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는 것으로, 1명이 남을 때까지 투표가 거듭된다. 수학적으로는 최다득표자 당선방식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그러나 선거 절차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수학적으로도 일부 문제가 남아 있다. 프랑스의 수학자 마르퀴스 드 콘도르세(Condorcet)가 이미 1785년 이런 선거방식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이렇다. A,B,C 3명의 후보를 상대로 3명이 투표를 했고, 각각 A-B-C, B-C-A, C-A-B 순으로 선호도를 적었다. 이 경우 A·B·C 모두 최저 득표자가 되므로 아무도 탈락시킬 수 없다.

이쯤 되면 아예 득표율에 비례해 각 정당이 의원을 배출하는 100% 비례대표제가 떠오를 것이다. 이스라엘 등이 이 제도를 활용한다. 그러나 100% 비례대표제도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이 해당 선거구의 후보 선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 수학적인 문제점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특히 의석수가 변할 때 문제점이 나타난다. 심지어 전체 의석수를 늘렸는데 특정 선거구의 의석은 줄어드는 이상한 경우도 나타난다. 좀 복잡하지만 예를 들면 이렇다. 총 인구 3900만명, 3개 주(A-2100만명, B-1300만명, C-500만명)인 국가가 4명의 의원을 선출한다고 치자. 이 경우 비례대표제를 활용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각 주의 인구를 1개 의석당 평균 인구수(여기서는 3900만명/4=975만명)로 나누고 그 정수값을 의석수로 정한다. 그러면 각 값에 따라 A주(2.15)는 2석, B주(1.33)는 1석, C주(0.51)는 0석이 된다. 이렇게 정하고 남는 의석은 소수점 이하 값이 큰 순서대로 배정된다. 여기서는 C주가 해당되므로 결국 A주 2석, B주 1석, C주 1석이 된다.

그런데 의원을 5명으로 늘리고 똑같은 방법을 적용해보면 오히려 C주는 의석이 줄어든다. 즉 A주(2.69) 3석, B주(1.67) 2석, C주(0.64) O석이 된다. 이런 수학적 역설을 전문 용어로 앨라배마 패러독스(Alabama Paradox)라고 한다. 마이클 스래셔(Thrasher) 플리머스대 교수는 "특정한 선거제도가 완벽한 것처럼 주장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수학적으로 '완벽한' 선거제도를 찾기보다는 우리가 더 '좋아하는' 방식의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