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국 전시회를 통해 제 능력을 시험해 보겠습니다. 중국은 세계 옻의 90%를 생산하는 나라예요. 옻칠 공예의 역사도 길죠. 하지만 '문화'란 국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거잖아요? 전시를 계기로 중국의 수많은 옻칠 공예품을 복원하고도 싶고요."

일본에서 활동하며 배용준에게 옻칠공예를 가르치기도 한 옻칠 장인 전용복(59)씨가 중국으로 무대를 넓힌다. 다음 달 6~16일 베이징 중국미술관(中國美術館)에서 전시회를 연다. 중국미술관은 주로 중국 근·현대 예술품을 전시·소장·연구하는 국립 미술관이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중국 전시회는 지난해 5월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이 계기가 됐다. 전시를 관람한 중국의 한 IT회사 관계자가 "우리가 주관해 중국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제안했다.

출품작은 가로 5m60㎝, 세로 1m80㎝의 화면에 물결을 거슬러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는 연어떼를 그려넣은 '귀향' 등 대작 50여점, 그리고 금강산 일출을 그려넣은 장롱을 비롯해 문갑·화장대·사방탁자 등 한국 전통가구 한 세트다. 전씨는 "전통적이면서도 모던하고, 한국적 미(美)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골랐다"고 했다.

전씨는 지난해 봄 23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무리하고 주 무대를 한국으로 옮겼다. 4월 인천의 한 가구회사로부터 "한국의 주거공간 문화를 예술적으로 바꿔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인천에 작업실을 겸한 옻칠연구소를 열었고, 8월 서울 청담동에 학생들을 가르칠 아카데미 '전용복 칠예'를 개설했다. 그는 "서울서 개인전을 열어 보니 의외로 일반인이 관심이 많더라"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가족 생계를 책임지며 힘겹게 살았다.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지만 생계를 위해 가구회사에 취직해 일하다가 옻칠을 배웠다. 1988년 일본의 유서 깊은 연회장 메구로가조엔(目黑雅敍園) 수리를 맡은 것을 계기로 일본서 유명해졌고, 이와테(岩手)현 모리오카(盛岡)에서 칠예미술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순조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고난이 내게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했다. 이번 중국전의 제목은 '칠채영항(漆彩永恒)'. '옻의 빛깔은 영원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