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계장(사진 왼쪽), 박창원 이장.

30일 오전 9시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창포마을에선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태풍 '덴빈'이 시간당 67㎜의 장대비를 뿌려댔다. 이 마을 36가구 50여명 주민은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었다. 거동이 불편해 집 안에서 굵은 빗줄기가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마을 초입 왕복 2차로 건너에서 흐르던 하천 수위가 심상치 않았다. 마을에서 불과 10m 떨어진 농업용 하천이었다. 점점 수위를 높이던 물은 만조까지 겹치면서 결국 둑을 타고 범람해 마을을 덮치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마을은 성인 무릎 높이로 물에 잠겼다.

방안까지 물이 차올랐지만 노인들은 대피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때마침 마을에는 진도군 지역개발과 박정현(48·행정 6급) 계장이 노모 안부를 묻기 위해 고향 마을에 와 있었다. 박 계장의 눈앞에 물에 잠긴 고향 마을이 펼쳐졌다. 그는 곧바로 일일이 집에 들어가 주민들을 등에 업고 20여m 떨어진 고지대로 뛰기 시작했다. 박 계장은 "만조와 폭우를 감안하면 쉽게 빠질 물이 아니었다"며 "더욱이 저지대 마을이라 수위가 1분이 다르게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젊은 축에 드는 박창원(57) 이장도 구조를 도왔다. 동시에 의신면사무소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30분간 정신없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을 때 면사무소 직원 3명이 합세했다. 공무원 4명과 마을 이장 1명은 오전 11시까지 주민 50여명 전부를 안전한 고지대로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다.

주민들은 "구조를 마칠 당시 수위가 1.5m에 달해 목까지 잠기는 수준이었고 빠른 급류까지 형성돼 성인이 서 있기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박 이장은 "방안에 노인들이 그대로 머물렀다면 익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양수기 2대로 물을 퍼냈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만조에 걸려 하천과 연결된 방조제 수문도 열지 못했다. 자칫하면 바닷물이 역류해 더 큰 홍수가 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은 낮 12시 간조 때가 돼서야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물이 빠진 집 안에는 홍수가 몰고 온 진흙이 가득 찼지만 주민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원금(82) 할머니는 "이장과 박 계장이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