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스턴버그의 책에 나온 얘깁니다. 우등생과 열등생이 산에 갔다가 식인 곰을 맞닥뜨렸죠. 우등생은 계산합니다. '내 달리기 실력이면 1분20초 안에 잡아먹힐 거야.' 그 사이 열등생은 운동화 끈을 잽싸게 묶고 쏜살같이 달려내려 갑니다. 우등생이 소리쳤어요. '바보야! 아무리 뛰어도 우린 잡아먹혀.' 열등생이 돌아보며 말했어요. '너보다만 빨리 뛰면 돼!' 중요한 건 상황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창의력입니다. 2009년 한 연구에 따르면, 늘 책을 읽는 사람일수록 상상력이 높고 창의성이 좋았습니다."

28일 오후 서울 육군사관학교 을지강당.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함께 마련한 '2012 리더스 콘서트'의 하반기 마지막 강연자는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과)였다. 곽 교수는 사관생도 900명 앞에서 '리딩(reading)의 심리학'을 주제로 읽기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육사 강연을 자처했다"는 곽 교수의 말에 함성 섞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곽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발달심리학'을 활용해 신문과 책 읽기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각종 연구 결과를 강연 전반에 녹여 넣었다. "2006년 사람들에게 갈릭, 아로마, 식초 같은 냄새가 강한 단어 60개를 읽게 한 후 뇌를 촬영했더니 그 단어의 음식을 먹거나 옆에 둔 것처럼 뇌가 반응하더라는 거죠. 읽기는 자신이 경험한 것과 똑같은 상상력을 만들어줍니다." "상상력이 뛰어나야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발달하고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곽금주 교수는 “발명왕 에디슨은 1913년 뉴욕타임스에 ‘앞으로 책은 사라질 것’이라고 썼지만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곽 교수는 "제대로 된 읽기를 하려면 반드시 인쇄된 글자를 읽어야 한다. 아침마다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이 종이 신문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사를 온라인으로 보는 것보다 종이 신문으로 읽는 쪽이 요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주제와 내용도 꽉 붙듭니다. 왜냐, 인터넷은 언제든 접속할 수 있어 대충 훑어보죠. 종이 신문은 아침에 한 번 보면 언제 다시 볼지 알 수 없습니다. 깊이 집중하게 되죠." 곽 교수는 "꾸준한 읽기를 통한 공감 능력 향상은 21세기 성공을 위한 경쟁력이니 시간 날 때마다 신문과 책을 읽자"며 이날 강연을 끝냈다.

지난 4일 시작해 9월 한 달간 펼쳐진 하반기 리더스 콘서트에서는 곽 교수를 비롯해 외화번역가 이미도, 나영석 KBS PD,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김태원 구글코리아 팀장, 민규동 영화감독 등 우리 사회 리더(leader)들이 신문과 책 읽기의 즐거움을 들려줬다. 서울 시내 대학에서 여섯 차례 열린 이 강연들에는 총 25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