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 글지기 대표

총 맞은 것처럼…. 출근 때마다 날아오는 쪽지가 가슴에 박힌다. ‘귀하의 차량은 배출 가스 5등급 차량입니다.’ 학점으로 치면 F 아닌가. 기준 미달이라며 서울 4대문 안에 들어오지 말란다. 몇 달 전 너끈히 통과한 정기 검사는 그럼 뭐람. 공익(公益)을 다투는 일에 불퉁거려서야 쓰나 싶은데…. ‘차’ 하면 될 걸 말끝마다 ‘차량’이라 하는 통에 수틀려 버렸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을 시범적으로 (…) 저공해 조치 차량, 장애인 차량, 긴급 차량 등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며, 저감 장치 미개발 차량 또한….' 이런 버릇, 관(官)보다 앞장서 부추기지 않았나 싶을 만큼 언론도 만만치 않다.

'지하철이나 차량으로 15분이면 도착'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들로 정체를' '시속 60㎞ 차량은 1초에 약 16.7m씩 움직여' '수많은 차량이 지나는 고속도로 교량은'…. 그냥 차, 차, 차, 하면 매끈하겠다.

비슷하게 거추장스러운 말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의 8%인 하루 1200t이 잔반 사료(남은 음식물을 가공한 사료)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의 핵심은 수분 관리' …. '음식물'에서 '물(物)'이 빠진들 전혀 이상할 게 없건만. 한 글자라도 줄여 정보를 더 담고자 하는 언론 매체의 특성이 오락가락한다. '이와 관련해서→관련,' '이사회를 소집하고→소집,' 밤 11시에 도착해→도착,' 식으로 많이 쓰면서….

이 말고도 우리는 불필요하게 '물' 갖다 붙이기에 익숙하다. 결과물, 내용물, 담보물, 목표물, 시설물, 장식물, 증거물, 청과물, 특산물…. 모두 '물' 없어도 잘 사는 말이다.

‘후보’에 일없이 붙은 ‘자(者)’는 어떤가. 감독자, 독신자, 문맹자, 반려자, 사회자, 선구자, 연장자, 주동자, 후임자가 매한가지. 한번 ‘자’ 빼고 읽고 써보자. 붙여서 안 될 것까지야 없지만, 신문은 좀 신문답게 군더더기 걷었으면 좋겠다. 보는 눈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