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령을 내리면서 식료품 등 필수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있다. 그런데 나라마다 예외는 있다. 벨기에에선 감자튀김 가게, 프랑스에선 와인 가게가 문을 열고 있다.
벨기에는 18일(현지 시각)부터 전국 봉쇄령이 발동됐다. 시민들은 식료품점·약국 등을 방문할 때만 외출이 허용된다. 대부분 식당은 배달 판매만 할 수 있지만, 유독 감자튀김 가게는 직접 줄을 서 사 먹을 수 있다. 벨기에인들의 각별한 감자튀김 사랑이 배경으로 꼽힌다. 벨기에는 1인당 감자튀김을 가장 많이 먹는 유럽 국가로 알려져 있다. 레스토랑 전문 매거진 보나페티에 따르면 벨기에의 1인당 감자튀김 가게는 미국 1인당 맥도널드 가게 개수보다 11배 많다. 2008년엔 벨기에 북부 브루게에 '감자튀김 박물관'이 세워지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벨기에에서 감자튀김 가게를 닫는 것은 벨기에의 영혼을 닫는 것이다"라고 평했다.
대마초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선 여전히 대마초를 구매할 수 있다. 당초 네덜란드 당국은 16일부터 대부분 상점을 폐쇄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대마 판매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상점 봉쇄 전 대마초를 미리 사재기하려는 손님들이 몰렸다. 당국은 대마 판매소를 닫을 경우 밀매 수요만 늘린다고 판단해, 대마 판매소는 개점을 허용키로 했다.
유럽 내 최대 신종 코로나 피해국 이탈리아는 12일부터 약국·식료품점을 뺀 모든 상점을 강제 휴업시켰다. 그러나 신문 가판대만큼은 예외다. "고령자들을 위한 배려 조치"라고 외신들은 풀이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이탈리아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2.6%로 EU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인터넷 정보 취득에 익숙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신문 열독률이 높은 고령자 인구를 위해 가판대는 열게 한 것이다.
'와인의 나라'라는 프랑스는 16일 대부분의 상점을 폐쇄하며 40여 가지 예외를 뒀다. 빵집·정육점 등과 함께 와인 가게도 문을 열 수 있다. 최근엔 6~12병 묶음 '코로나 생존 와인 세트'들이 등장했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