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5일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다. 국민안전처는 17분이 지난 뒤 보낸 긴급 재난문자에서 “7월 4일에 지진이 발생했다”고 했다. 황당한 일이었다. 두 달 뒤 경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8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재난문자는 8분이 지나 발송됐다. 같은 달 태풍 차바가 경남 지역을 강타했을 때도 엉터리 재난문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홍수통제소가 국민안전처에 팩스를 보내면 안전처가 재난문자 문구를 작성해 보내느라 20분씩 걸렸다고 한다.
▶재난문자는 2006년 도입됐다. 태풍·홍수·폭설·지진 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국내 모든 휴대전화에 보내는 문자메시지다. 전쟁이나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났을 때는 60㏈ 이상의 소음을 울리는 '위급 재난문자'가 발송된다. 그보다 약한 지진이 났을 때는 40㏈의 소음과 함께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된다. 둘 다 휴대전화를 무음이나 진동으로 해놓아도 소리가 울린다. 폭염·황사 등을 알리는 '안전 안내문자'는 일반 문자메시지처럼 알람 또는 진동으로 수신할 수 있다.
▶2016년 '늑장 재난문자'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국민안전처는 기상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했다. 그러자 재난문자 발송 시간이 6분가량 빨라졌고 2017년 11월 포항 지진 때는 문자 발송에 몇십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문자를 받은 직후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동시에 재난문자 빈도도 크게 늘어났다.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 내용도 '더우니까 물 마시고 추우니까 옷 챙겨 입으라'는 식이어서 정보는 없고 생색만 낸다는 비판이 일었다.
▶재작년 대전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을 때와 작년 초 유치원들이 집단 휴업 했을 때도 재난문자가 발송돼 '재난 상황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확진자 발생을 알리는 문자와 함께 기본적인 감염 예방법 안내 문자가 하루에도 몇 통씩 오면서 이제 사람들은 재난문자를 '양치기 소년' 보듯 하고 있다. 재난문자를 아예 차단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각급 지자체가 보낸 재난문자는 2500통에 육박한다.
▶엊그제 경기도가 “대북전단 살포는 도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법행위”라는 재난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온 국민에게 손 씻기와 침 튀기지 않기 같은 교육을 매일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재난문자로 정치까지 하고 있다. 경기도에 살려면 도지사 훈시 문자도 강제로 받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