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오다이바 해변공원 경기장 한켠에 고여있는 물. 폭우 때마다 생활하수가 경기장으로 흘러 들어와 수질 악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태동 기자

푸른 빛은 간 데 없이 적갈색 물만 잔잔히 흘렀다. 속이 보이지 않아 상체를 숙였다가 정체 모를 거품이 흘러나와 흠칫 물러섰다. 시설물 사이 고인 물에선 쓰레기와 기름띠도 눈에 띄었다. 논란이 된 화장실 냄새는 맡기 어려웠지만 바다 특유의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이 물로 다이빙하는 데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할 듯 싶었다.

끊이지 않는 ‘수질 논란’으로 도쿄올림픽의 대표적 골칫거리로 꼽혀온 오다이바 해변공원 경기장을 지난 19일 돌아봤다. 이달 들어 하얀 벽으로 일반인들의 해변 접근이 차단된 가운데 한창 시설물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선 26일부터 트라이애슬론, 8월 4일부터 마라톤 수영(10㎞ 수영) 경기가 열린다.

수질 논란으로 우려 사온 도쿄 미나토쿠 오다이바 해변 경기장. 이곳에선 트라이애슬론과 마라톤 수영 경기가 열린다. /이태동 기자

경기를 앞두고 각국 선수단의 관심은 수질 문제에 쏠린다. 일각에서 “‘똥물'에서 올림픽을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수질·악취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노후한 하수처리 시스템 때문에 폭우가 내리면 약 2㎞ 떨어진 방류구에서 오수와 생활 하수가 새어 이곳까지 흘러든다고 한다. 2019년엔 물속 대장균이 기준치 2배 이상 검출돼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취소된 적도 있다. 국내에도 도심 해수욕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곳이지만, 사실 수질 문제로 수영이 금지되어있다.

이후 개최지인 도쿄도가 대장균 유입을 막기 위해 스크린을 설치하고, 생태계를 복원한다며 섬에서 공수한 모래를 이곳에 대량 쏟아부었지만 전문가들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4일에도 “수질 문제와 악취에 대한 불안을 그대로 안고 대회를 맞게 됐다”고 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조직위는 검사 결과 현재는 수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26일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앞둔 오다이바 해변공원 경기장. 지난 19일 이곳을 찾았을 때는 시설물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태동 기자

하지만 15년째 이곳의 수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에노모토 시게루 도쿄 미나토구의원은 통화에서 “냄새 여부와 관계 없이 비가 온다면 균이 흘러와 수질이 나빠지고, 선수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26~27일 오다이바에는 비가 예보돼 있다.

한편 카누와 조정 경기가 열리는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은 굴이 골치로 떠올랐다. 굴이 파도 차단용 시설물에 달라붙으면서 시설물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조직위는 약 15억원을 들여 굴 14톤을 제거했다. 조직위는 이 굴을 식용으로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