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트럼프 리스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분산 투자하는 로보어드바이저(RA) 펀드의 높은 수익률이 주목받고 있다. 이 펀드들은 올 초 이후 평균 12%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인간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7.5% 정도로 손실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장기 투자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장점”이라면서도 “AI 알고리즘이 모든 시장 변수를 완벽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로봇 펀드매니저 수익률 12%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빅데이터 분석이나 고도화된 알고리즘으로 개인 투자 성향이나 목표 수익률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3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14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2.43%로 집계됐다. 유진자산운용의 ‘유진글로벌AI플러스’와 KB자산운용의 ‘KB올에셋AI솔루션EMP’ 펀드는 각각 연초 이후 29.7%, 18.8%라는 상위권 수익률을 거뒀다.
이 같은 수익률은 코스피200 등을 추종하는 인덱스형 주식 펀드나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형 주식 펀드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주식 펀드 560개의 평균 수익률은 평균 -7.53%였고, 인덱스 주식 펀드 수익률은 더 낮은 -13.32%였다. 올 초 이후 코스피 수익률은 -6.4%였다.
◇감정 배제한 장기 투자가 장점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감정을 배제하고 장기 투자에 특화돼 최근의 변동성 장세에 강점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개별 종목보다 ETF(상장지수펀드)를 여러 개 담는 EMP 상품의 형태가 많기 때문에 주식이 하락하더라도 채권이나 금 등 다른 자산군으로 방어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시장 인기에 편승한 주식 매매는 하지 않는 데다, 국내에선 대부분 자산 배분형이어서 주식이 하락하는 구간에서도 수익률이 좋았던 채권, 금 등 다른 자산으로 방어해 상대적 성과가 안정적이었다”고 했다. 다만 로보어드바이저는 일시적인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처 능력은 부족할 수 있다. 한편 액티브 펀드는 개별 종목들의 출렁임에 영향을 받을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에도 조만간 AI 알고리즘이 퇴직연금을 굴리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 금융위원회가 IRP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투자 상품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대형 증권사·운용사뿐 아니라 콴텍·디셈버앤컴퍼니 등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중소형 운용사들이 이 같은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시장 변수 반영하진 못할 수도”
시장에서는 향후에도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성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 달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로도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에 개별 종목들의 출렁임이 강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 알고리즘의 한계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금융시장의 변수를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류범준 KB자산운용 글로벌멀티에셋본부장은 “운용사들의 AI 시스템 안정성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며 “다양한 시장 환경에서 일정 규모 이상 펀드 투자에 장기간 적용된 AI 시스템이 맞는지 여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에 기반해 자산 관리, 재무 설계 등을 자동으로 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펀드를 운용하는 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다.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