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기업가치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운 한 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공개 매수가 대주주 지분을 현금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사주 공개 매수란, 회사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코스닥 상장사인 사이버 보안 기업 ‘윈스’는 자사주 공개 매수에 최대 주주인 금양통신이 참여해 58만458주를 처분하면서 약 93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자사주 공개 매수 전체 물량(136만4416주)의 43%에 달한다. 금양통신은 김을재 윈스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김 회장 친인척인 김대연씨도 공개 매수에 참여해 5만2000주를 팔고 7억8000만원을 챙겼다.
앞서 지난달 4일 윈스는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책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당사도 밸류업 참여 일환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발행 주식의 10%를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소액 주주들은 밸류업 정책이 본래 취지를 벗어나 악용된 첫 사례라고 비난했다. 소액 주주 A씨는 “밸류업을 빙자해 높은 주가로 자사주 공개 매수를 시행하고 최대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도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윈스가 사모펀드(KCGI)가 보유하던 지분 17.07%를 인수하면서 200억원가량 차입금이 있어 자금 압박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자금을 배당소득으로 받아야 하지만, 배당소득세(최대 49.5%)가 크다 보니 꼼수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