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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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JR동일본이 운영하는 고속 열차 신칸센 '츠바사(つばさ·날개)'/railf.jp
일본 JR동일본이 운영하는 고속 열차 신칸센 '츠바사(つばさ·날개)'/railf.jp

일본 민영 철도 회사 JR동일본(東日本)이 신칸센에서 승객용 좌석을 떼어내고 화물을 실어 나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고 시속 300㎞를 달리는 고속 열차를 화물 운반용으로 쓴다는 것입니다.

JR동일본은 도쿄역과 야마가타역을 오가는 신칸센 ‘츠바사(つばさ·날개)’의 7량짜리 열차 한 편성을 올가을부터 이렇게 화물 전용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1964년 개통된 신칸센이 화물 전용으로 달리는 것은 최초라고 아사히·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전했습니다.

일본의 일반적인 중형 트럭/shima-corp.com

신칸센은 열차 1량당 8톤 미만의 중형 트럭 4대분 짐을 실어 나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JR동일본은 7량짜리 열차 내부에 화물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설비 작업에 곧 착수할 계획입니다. 기존 승객 안전을 위해 설치된 고성능의 흔들림 방지 장치까지 감안하면, 일반 화물 열차에 비해 정밀 기계나 고급 어종 등을 수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화물 전용 신칸센은 올가을부터 도쿄역을 출발해 약 530㎞ 떨어진 이와테현 모리오카역까지 짐을 운반할 예정입니다. 앞서 JR동일본은 코로나로 승객이 급감했던 2021년 빈 승객 좌석에 채소나 생선, 과일 같은 신선 식품을 실어나르는 서비스를 개시했어요. 다만 열차 직원들이 짐이 무너지지 않게 테이프로 좌석에 둘둘 감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에 이번엔 7량짜리 신칸센 전체를 아예 화물만 수송하도록 개조에 나서는 것입니다.

일본 도호쿠(東北·동북) 지역의 명물인 우니(海胆·성게)/portal.town.hirono.iwate.jp

이번 화물용 신칸센 운행 노선에 포함된 일본 도호쿠(東北·동북) 지역은 바다와 인접해 수산물 유통이 많고, 도요타 등 대기업 공장도 포진돼 있어 첫 ‘실험지’로 채택되기에 적합하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JR동일본은 추후 신칸센 전(全) 노선에 화물용 열차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신칸센이 사람이 아닌 화물을 실어나르게 된 배경엔 최근 대규모 수송난 위기를 야기하고 있는 이른바 ‘2024년 문제’가 있어요. 일본 정부가 지난해 4월 트럭 운전수가 연속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을 4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장 근무 시간을 연 960시간 이내로 끊도록 규제하기 시작한 것을 말합니다. 이로 인해 오는 2030년 일본 전국 화물 수송 능력은 2019년 대비 34% 하락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ec.sbs-group.co.jp

이런 노동 시간 규제로 운전수 급여가 줄어든데다, 저출산·고령화까지 겹쳐 물류 업계에 극심한 인력난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이에 키세 요이치 JR동일본 사장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물류의 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면 (화물) 전용 신칸센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갓 짜낸 니혼슈(日本酒·일본주)나 소형 정밀 기계를 빠른 속도로 수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었죠.

JR동일본은 추후 기존에 운행하던 열차를 개조하는 것을 넘어, 하역 작업에 적합하게 승하차 문을 키운 화물 전용 신칸센을 아예 새롭게 개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77~78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내 동네는 내 손으로 지킨다” 일본의 외국인 소방단☞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5/02/19/QL4F4LEFERBRVN4LZB4V7N6BY4/

실적 급감, 혼다와 합병 무산… 닛산의 문제는 ‘근·자·감’?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5/02/26/FPPUWAGSDNFLBFOFTKWVHBWO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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