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멕시코·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일제히 물건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관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미리 각종 물품을 비축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방송 CNBC는 2일 “유통업체 월마트, 스포츠 브랜드 컬럼비아, 전자기기 제조업체 레노버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들이 재고 확보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물류 창고마다 미리 쟁여놓은 태양광 패널, 리튬 배터리 등의 물품들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품 관세 부과를 주장해온 트럼프가 작년 11월 대선에 당선된 후 월마트나 타깃 같은 대형 소매점에서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 재고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은 계속돼 왔다. 그런데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엄포가 아니라 현실이 되면서 이 같은 사재기에는 더욱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선 이후 삼성 냉난방기, LG TV, 밀레 진공청소기 등 최신 가전제품에 1만2000달러(약 1759만원) 이상을 지출했다”는 소프트웨어 업체 직원의 인터뷰를 전했다. 소매업체들 역시 “지금이 가장 쌀 때이기 때문에 관세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하라”며 사실상 사재기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실제로 4일 예정대로 관세가 시행된다면 몇 달 전부터 발빠르게 사재기에 나섰던 이들이 이득을 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관세 인상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소비자들은 물론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BC는 “재고를 쌓아놓기 위한 기업들의 창고 보관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ABC는 “많은 회사들이 트럼프의 행동을 예상하고 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입품을 비축했다”면서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