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과 우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참석해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과 우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참석해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첫 미·러 회담을 사우디 리야드에서 갖고 “길고 어렵지만 중요한 여정의 첫걸음”이라 자평했다. 하지만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번 협상이 2차 대전 이후 줄곧 유지된 전후(戰後) 질서를 흔들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현상 변경을 묵인하고, 공들여 쌓은 대러 제재의 틀을 무너뜨리면서, 중국·북한 등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미·러 관계의 리셋”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판하며 친러 행보를 더 노골화했다. 트럼프는 기자들과 대화에서 “젤렌스키 지지율이 4%에 불과한데, 선거를 못하는 계엄 상태”라며 “현 지도부는 전쟁이 계속되도록 허용했다”고 했다.

미·러는 이날 약 4시간 30분 동안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 후 루비오는 미·러 관계 정상화의 일환으로 대러 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제재는 전쟁의 결과물”이라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제재를 본격화한 유럽연합(EU)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날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강력한 카드를 내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제재 완화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18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미국과 러시아 관계자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을 위해 처음으로 마주 보고 앉았다. 왼쪽부터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 마이클 왈츠 백악관 안보보좌관. 오른쪽부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 가운데 왼쪽은 중재를 맡은 사우디 외무 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측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회담 후 “미국 측이 우리의 입장을 더 잘 이해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현 상황의 주요인 중 하나라고 분명히 말한 것을 알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미국이 모라토리엄(공격 중단)을 제안한 원유 수송 시설 공격을 문제 삼으며 “정신 차리도록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사실상 국제사회의 ‘왕따’와도 같았던 러시아는 이날 미국으로부터 각국 주재 대사관 운영 정상화, 주재 대사의 신속한 임명, 외교 공관 활동 정상화 협의 등의 선물도 얻어냈다.

일각에선 “러시아 베테랑 외교관들을 상대로 한 1라운드에서 미국의 초보들이 판정패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담에 참석한 라브로프 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 두 사람의 외교 경력을 합하면 100년이 넘는다. 1972년 외무부에 입부한 라브로프는 2004년부터 20년 넘게 러시아의 외교 수장으로 있다. 우샤코프 역시 주미 대사(1998~2008년) 경력을 포함해 반세기 넘게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다. 외무장관·외교보좌관 경력만 34년이다.

반면 루비오는 상원 외교위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지만 국무장관으로 취임한 지는 한 달도 되지 않았고 이번이 첫 중동 방문이었다. 하원의원 출신인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골프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부동산 전문 사업가 출신으로 외교 경험이 전무하다.

(왼쪽부터) 스티븐 위트코프 중동 특사,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참석해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교수는 X에서 “미국팀은 고위급 국제 협상 경험이 거의 없고 우크라이나·러시아에 대한 전문 지식도, 외국어 지식도 없다”며 “의도적으로 피바다(bloodbath)를 일으킨 것 같다”고 했다. 제이슨 오친클로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크렘린은 우크라이나와 나토가 배제된 양자 회담에서 정상화를 (인정받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1라운드는 러시아가 이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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