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수도 워싱턴 DC엔 ‘벚꽃 축제’(3월 20일~4월 13일)가 한창이다. 시내 곳곳과 유명 공원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시내 지하철과 버스 외벽은 만개한 벚꽃 그림으로 꾸며졌다. 해마다 150만명이 워싱턴 DC를 찾아, 시의 연 관광 수입 3분의 1이 이때 발생할 정도다. 워싱턴 DC의 벚꽃 축제는 일본 ‘사쿠라(벚꽃) 외교’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도시의 벚나무들은 100여 년 전인 1921년, 오자키 유키오 일본 도쿄 시장이 미·일 우호의 상징으로 선물한 묘목 3000여 그루가 시초가 됐다.
워싱턴 DC에서 봄마다 만개하는 벚꽃은 미·일 관계를 강화하는 ‘소프트 파워’ 역할을 하고 있다. 축제 기간 동안 미·일 기업들이 후원사로 참여하고, 다양한 일본 문화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일본 최대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와 미국 아마존이 최상위 후원사 리스트에 올랐다.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 입기, 가두 행진, 사케 마시기 등 40여 개 부대 행사가 축제 기간 열린다. 주미 일본문화원은 지난달 ‘하나미’(花見·꽃 구경)를 주제로 한 사진대회를 열었다. 문화원이 지난 18일 마련한 조경가 론 헨더슨 일리노이공과대 교수의 벚꽃 강의에는 수백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셜미디어에는 ‘벚꽃 축제 일식 맛집’ ‘워싱턴 DC에서 일본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같은 콘텐츠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본 벚나무가 어떻게 워싱턴 DC의 명물로 거듭났는지를 추적하는 기획 기사를 단골로 다룬다.
일본 정부는 벚꽃을 활용한 외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벚나무 250그루를 추가 기증하면서 “벚나무가 수명(60년)보다 훨씬 넘는 100년의 세월 동안 워싱턴에서 살아남았다”며 “지역 주민들이 벚나무를 아끼고 보호해 온 것처럼 미·일 관계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지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유력 인사들은 축제 기간 워싱턴 DC를 집중 찾아 아웃리치(친교) 활동을 한다. 올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맞아, 일본의 움직임은 더 왕성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미국과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미국과 고위 관료급 회담을 잇따라 갖고 있다. 올해 취임한 ‘안보 수장’ 오카노 마사타카 국가안전보장국장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공개된 협의만 세 차례 가졌다.
워싱턴 DC의 정책 연구소들은 미·일 관계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쏟아내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에너지·첨단 기술 협력, 공군 유지·보수·운영(MRO) 등 미·일 관계 주제 행사를 이달에만 세 차례 열었다. 스팀슨센터는 25일 ‘더 깊은 미·일 동맹’, 26일 일본 대사관·맨스필드재단은 ‘미·일 입법 협력’을 주제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일본 사사카와재단 등은 일본을 연구하는 신진 학자·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방일 행사를 기획해 지일파(知日派)를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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