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불법 이민자 추방과, 상호 관세 부과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같은 정책 집행이 좌충우돌했던 1기와 비교해 체계를 갖추고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수지 와일스(68) 백악관 비서실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역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인 와일스가 내부 단속을 확실히 해 안정감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역대 백악관 비서실장과 비교해 대중에 알려진 게 없었고, 트럼프 정부 출범 후에도 철저히 노출을 꺼리던 와일스의 모습이 최근 대중들에게 부쩍 자주 공개되고 있다.

우선 1일 와일스에 관한 책이 나왔다. NBC의 조너선 앨런과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의 에이미 파네스 두 기자가 공저한 ‘싸움: 백악관을 향한 가장 치열한 전투’로, 공식 석상에서 좀처럼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와일스의 다른 면모를 조명했다. 트럼프는 야인 시절부터 자신을 보좌하며 냉철한 조언을 해온 와일스를 ‘얼음 아가씨(Ice Maiden)’라고 부르며 신임했고, 대선 승리 뒤 첫 인사로 와일스를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는 면모도 드러난다. 지난해 5월 트럼프가 성인물 배우와 얽힌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뉴욕에서 재판받을 때 선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와일스는 캐럴라인 레빗 현 백악관 대변인 앞에서 “사람들이 트럼프가 겪는 일을 이해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트럼프는 당시 네 건의 형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신분이었고, 자신에 대한 조치를 ‘바이든 정부의 사법부 무기화’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와일스는 “얼마나 끔찍한 일이냐” “그들이 트럼프에게 하는 짓을 보라” “이런 식으로 트럼프를 잡지 못하면, 그를 죽일까 봐 걱정이 된다”며 말을 이어갔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 장면을 두고 “와일스가 평소의 냉철함을 깨뜨렸다”고 했다. 1979년 하원 의원 보좌관을 시작으로 컨설턴트, 로비스트 등으로 일한 와일스는 2015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처음 트럼프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둘째 며느리인 라라에게 자신의 집무실을 안내하고 있다. /X(옛 트위터)

와일스는 지난달 29일 트럼프의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진행하는 폭스뉴스 토크쇼에 출연, 17분가량 자신의 집무실을 공개했다. 이때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주말까지도 일을 하느라 아직 단 한 번도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플로리다 출신으로 워싱턴 DC에 익숙하지 않은 와일스는 “나는 평소 독서와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라며 “시간을 내서 이 아름다운 도시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사무실 옆에 붙어 있는 패티오(Patio·안뜰) 공간을 자랑하며 “당신 시아버지(트럼프)가 허락하면 파티를 열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냐는 질문에 “그저 평화로운 세상, 강한 미국, 안전한 국경,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게 준비시켜 줄 교육 시스템을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에게 말해야 했던 것 중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2020년 대선이 끝난 후 이듬해 (트럼프를) 찾아가서 그가 생각했던 상황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은 ‘개표 조작’이라며 선거 결과에 불복했는데 이 믿음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1일 출간된 책 '백악관을 향한 가장 치열한 전투'. /아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