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혈압은 앉은 자세에서 팔을 책상 위에 올린 상태에서, 혈압기를 심장 높이에 위치시키고 측정한다. 그런데 누우면 피가 몸 전체로 퍼지면서, 앉았을 때 혈압과 차이가 날 수 있다. 누워서 측정한 혈압이 고혈압인 경우, 심혈관 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최근 미국의사협회지 심장판에 이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심혈관 질환이 없는 평균 나이 54세 미국인 1만1369명을 대상으로 했다. 혈압을 앉아서 측정하고, 20분 이상 안정시킨 후 누워서도 측정하고, 고혈압 유무를 판정하였다. 이후 이들을 평균 27년간 추적 관찰하면서 심혈관 질환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누워서 잰 혈압이 고혈압인 경우 넷 중 셋(74%)에서는 앉아서 잰 혈압도 고혈압이었지만 16%는 앉아서 잰 혈압이 정상이었다. 누워서 잰 것과 앉아서 잰 혈압이 모두 고혈압인 경우,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누워서 잰 혈압이 고혈압인 경우에 고혈압이 없는 사람들과 비교하여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은 60%, 심부전은 83%, 뇌졸중은 86% 높았다. 누워서 잰 고혈압이 앉아서 잰 고혈압보다 심혈관 질환 합병증 위험이 전체적으로 더 높았다.

누워서 잰 혈압은 수면 중 혈압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건강인에서는 잠을 자는 동안에 긴장이 풀어지면서 혈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수면 중에 혈압이 높다는 것은 짜게 먹거나, 체내 나트륨에 대한 반응성이 높거나, 혈관의 저항이 높은 등 여러 이유로 정상적인 혈압 조절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앉아서 잰 혈압이 정상이라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요즘 많은 이들이 가정용 혈압계로 집에서 혈압을 재는데, 가끔은 누워서도 혈압을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