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중국 공산당 시진핑 주석이 “경제 발전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하게 만들겠다”며 공동부유론을 제창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까지 철퇴를 맞는 걸 본 중국 부자들이 자산 해외 도피에 나섰다. 세계 주요 대도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에선 중국인 투자 탓에 집값이 급등하자, 외국인에겐 취득세를 집값의 60%까지 물리는 정책을 도입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은 일본 부자들의 주택 투기 천국이었다. 인구가 급증하며 주택난이 발생하자, 조선총독부가 궁궐지 축소, 한양도성 해체 등을 통해 도심부에 택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했다. 일본 부자, 주택 개발업자들은 이런 택지를 싸게 불하받아 집을 지어 비싸게 팔았다. 종잣돈이 적은 일본인 집장수들은 서양식 문화 주택을 지어 조선인에게 임대하고 매년 집세를 올리며 폭리를 취했다.
▶100년 만에 서울 주택이 다시 외국 부자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엊그제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244㎡를 74억원에 매입한 주인공이 우즈베키스탄인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과거엔 중국 국적 조선족이 값싼 주택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양상이 달라졌다. 작년 4월엔 미국인이 서울 한남동 아파트 240㎡를 120억원에 매수,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3월엔 몰타 국적 외국인이 서울 강남구 고급 빌라 226㎡를 74억원에 매수했다. 지난해 1~8월 중 외국인이 매수한 30억원 초과 주택 거래의 70%가 신고가를 갈아치운 것이었다.
▶뉴욕 센트럴파크 타워, 런던 원 하이드 파크, 도쿄 모리JP타워 등 뉴욕·런던·도쿄의 최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2000억~3000억원대에 이른다.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최고급 아파트 가격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 서울의 최상급지 한강 뷰 아파트 펜트하우스 가격이 200억원 선이니 상대적으로 싸 보일 수 있다. 최근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효과까지 감안하면 외국인 부자들이 침을 흘릴 만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집을 3채 이상 가진 외국인이 1242명에 달한다. 이 중엔 서울 아파트 10채, 다세대 75채 등 주택 85채를 가진 대만인, 대구에 다가구주택 60채를 가진 미국인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집 살 때 외국인은 오히려 규제에서 자유롭다. 자국 은행을 통해 투자금을 쉽게 조달하고, 세대 현황 파악이 안 되니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규제도 피해갈 수 있다. 무주택 청년들 사이에서 “한국은 외국인 부동산 쇼핑 천국”이라는 불평이 나올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