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씨가 한 시민을 콕 집어 비판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비상계엄 선포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17%로 떨어진 때였다. 유시민 전 장관은 ‘시민 언론’을 내세우는 매체에 ‘조은산 님을 찾습니다’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조은산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란 글을 올려 문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한 사람이다.
유 전 장관은 조은산 글이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며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막말을 섞어 썼다”면서 “극우 커뮤니티 댓글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그의 글 중 몇 문장을 사례로 들었다. ‘김현미 대신 붕어를 쓰고 추미애 대신 개를 써라’ ‘이낙연은 얼굴 하나 입 두 개인 기형생물’ ‘이재명은 뱀처럼 교활한 자’ ‘김어준은 털 많고 탈 많은 음모론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절필 선언하고 활동을 중단한 조은산을 향해 “왜 윤석열의 위기를 방관하고 있는가”라며 “윤석열 정권은 조은산 같은 저질 이념 선동가와 기득권 언론과 국힘당이 손잡고 만든 흉물이다”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오피니언면 담당이던 4년 전 조은산을 칼럼 필자로 섭외했다. 그는 마른 체형이지만 다부진 체격으로 문사(文士)보다는 복싱 선수처럼 보였다. 팔뚝엔 잔근육이 튼실하게 붙어 있었다. 돈 들여 만든 몸이 아니라 일하며 붙은 근육이었다. 아내와 아이 둘을 둔 40대 직장인으로 평균적인 시민이었다. 유시민 전 장관처럼 명문대를 나오지도 않았다. 티끌 같은 사람이란 뜻의 ‘진인(塵人)’으로 스스로를 칭한 건 그만큼 평범한 사람이란 뜻이었다. 청소년 때 ‘이문열 삼국지’를 공들여 읽었다고 했다. 의고체(擬古體) 문장은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한 시민이 글을 써서 권력자 및 유력자를 동물에 비유해 비난했다고 해서 이를 인신공격이라 할 수 있을까. 시인 김지하는 1970년 쓴 시 ‘오적(五賊)’에서 재벌·국회의원·고급 공무원·장성·장차관을 싸잡아 미친개·원숭이·성성이(오랑우탄) 같은 짐승에 비유했다. 문학에선 이를 인신공격이라 하지 않고 풍자라고 부른다. 조은산이 “신(臣) 김미를 파직하시고 그 자리에 붕어를 쓰시옵소서. 저 붕어라는 것은 필시 주는 사료만 먹고 아가미를 벌려 숨만 쉴 것이 자명한 바, 더 이상의 규제 정책은 이 나라에서 사라질 것이니 시장은 비로소 제 힘으로 움직여 매물이 소화되고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옵니다”라고 쓴 것도 풍자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일은 아니지만, 대통령을 개구리·쥐·닭에 빗대 비난한 시민도 많았다. 그런데 유시민 전 장관은 왜 유독 조은산을 끄집어내 인신공격과 막말을 했다고 비판한 것일까.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며 특정 진영을 옹호하는 유 전 장관에게 그의 풍자가 그만큼 아팠다는 방증은 아닌가.
유 전 장관은 같은 잣대라면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도 인신공격을 했다고 비판해야 옳다. 이 전 대표는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개에 비유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겐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상대를 인신공격했다고 유 전 장관이 비판하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은산에게는 사과했으면 한다. 국회의원·장관까지 지낸 분이 공적인 자리를 가진 적 없는 한 시민을 향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저질’이라고 비난·조롱하는 행위야말로 인신공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