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조선일보 DB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조선일보 DB

외교부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입국하려는 사람에 대한 비자 심사 업무를 단 1명에게 맡겼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8000만명이 넘고, 2023년에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입국 비자를 신청한 사람만 12만1600명이었다. 베트남 서남부를 관할하는 주호치민 총영사관에도 같은 해 10만919명이 비자를 신청했으나, 이 비자 심사도 사실상 1명이 다 했다. 두 공관의 비자 심사 담당자들은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두 공관에서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 외국인 상당수가 불법 체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재외공관 등 운영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 있는 180개 공관에서 한국 입국 비자 심사 업무를 하고 있으나, 담당 인력은 205명으로, 공관당 1~3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주중국 대사관, 주상하이·주선양·주광저우·주칭다오 총영사관(중국), 주베트남 대사관, 주호치민 총영사관(베트남), 주몽골 대사관, 주필리핀 대사관, 주인도네시아 대사관 등 10곳은 각각 비자 신청을 연 10만건 넘게 받고 있었다. 각 공관의 비자 심사 업무 담당자들이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비자 심사 업무는 적게는 175건(주필리핀 대사관)에서 많게는 517건(주인도네시아 대사관)에 달했다.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은 비자 신청자들이 위·변조된 서류를 내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제대로 심사하려면 비자 심사 담당자 1인당 하루 300건을 처리하는 것이 한계였다. 주호치민 총영사관에는 결혼이민(F-4) 비자를 신청해오는 사람이 많아, 각 신청자를 면담하기 위해서는 하루 180건만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두 공관의 비자 심사 담당자는 각각 하루 평균 517.45건, 387.11건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이는 두 공관이 비자 심사 업무를 사실상 1명에게 전담시켰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비자 심사 담당자들을 면담해 보니, ‘심사 시간이 부족해, 고도로 의심이 가는 정황이 발견된 것이 아닌 이상 일부는 인터뷰 없이 제출된 서류만 갖고 기계적으로 심사하고 있다’ ‘내실 있는 심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제대로 심사받지 않고 입국한 외국인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전 세계의 한국 공관에서 비자를 받은 외국인 가운데 지난해 2월 기준 국내에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은 1만233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1982명(16.1%)이 두 공관에서 비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외교부가 그동안 각 공관의 비자 심사 담당자의 적정 업무량을 파악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재외 공관 비자 심사 업무가 부실화하지 않도록, 현장 업무량 대비 적정 인력 초과 정도 등을 고려해 일부 재외 공관에 인력을 우선적으로 보강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