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가운데 호인만 있겠나. 업계 속어로 ‘진상’이라 부르는 손님도 있고, 거칠게 진상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건 좀 고치면 서로 좋을 텐데’ 귀띔하고 싶은 분들도 있다.

첫째,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사람. 술에 취해 비틀비틀, 좁은 편의점 진열대 사이로 오가는 모습만 봐도 위태롭기 그지없다. 단정히 진열된 상품을 흩뜨려 놓고, 술병을 꺼내다 깨뜨리는 일도 다반사며, 편의점을 다른 곳으로 착각하여 냉장고 문을 열고 바지를 내렸다는 일화는 업계에 전설처럼 통한다. 자신이 오늘 저녁 무엇을 먹었는지 내용물을 꺼내어 세상에 확인시켜 주거나, 허리춤에 손 올리고 “내가 누군줄 알아!” 하면서 미래 대한민국의 ‘높은 분’이 되시기에 충분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당신이 누군인지까진 알고 싶지 않고요, 술 드셨으면 곱게 집에나 들어가소서.

둘째, 직원에게 반말하고 성추행하는 사람. 유독 말이 짧은 손님이 있다. 담배 이름만 툭 말하면서 “빨리 줘” 하는 손님이 있고, “모두 얼마야?” 하면서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것 같은 어법으로 묻는 손님도 있다. 아무리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랬지”만 이런 사람에게는 껌 한 통 팔고 싶지 않다.

딸뻘 되는 여직원에게 자꾸 전화번호 묻고, 근무시간 언제 끝나느냐, 좋은 일자리 소개해줄 수 있다, 온갖 수작 다 부리며 치근덕거리는 손님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손님이 아니라 ‘손놈’이라 부른다.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섹시미 운운하거나 신용카드를 단말기 슬롯에 꽂으면서 은근히 성적인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그냥 국번 없이 112.

셋째,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집어던지듯 건네는 손님이 있다. 언택트 시대의 선구자라도 되는 걸까. “옜다, 받아라” 하는 식으로 계산대 위에 툭 던진다. 뭔가 잔뜩 화가 난 사람 같다. 그렇게 집어던지는 손님에게는 자기도 집어던지면서 돌려준다는 용맹한(?) 점주도 있는데 나는 차마 그렇게까진 못한다. 무의식중에 그러는 것일 수 있으니 다음에 편의점에 갔을 땐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지 한번쯤 되돌아 봤으면.

“진상은 자기가 진상인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본인은 권리를 행사하는 일이요 당연한 ‘서비스’를 받는다 생각할 테지만, 그 권리와 서비스에 가슴이 멍드는 사람도 있다. 우리 편의점 계산대 앞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내려보낸 홍보물이 부착되어 있다. “지금 마주하는 직원은 당신의 소중한 가족일 수 있습니다.” 삐딱하게 딴죽 걸자면, 가장 피해야 할 회사가 ‘가족 같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회사라더라. 굳이 가족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서로 사람으로 대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봉달호·편의점 주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