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혼외 관계 자녀 출산은
비혼출산, 결혼, 정상가족 등 우리사회에 수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프랑스식 등록동거제, 비혼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 등에 대한 여러 제언을 했었고요.
이런 사안을 더 깊이 고민할 만한 책 두 권이 지난주에 동시에 출간됐습니다.
인류학자 권희정씨가 쓴 ‘이것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는
영아 살해의 가장 큰 원인은 산모의 혼인 상태, 즉 미혼이라는 점을 짚습니다.
혼외 출산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가, 영아 살해 및 유기율을 높인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한국의 2022년 혼외 출생율은 3.9%.
OECD 가입국가 평균 혼외 출생율 42%에 크게 못 미칩니다.
미국 저자 가브리엘르 블레어가 쓴 ‘책임감 있게 사정하라’의
‘사정’은 plead 가 아니라 ejaculate입니다.
피임과 낙태가 여성의 몸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배란이 예측불가한데 사정은 예측과 조절이 가능한 행위이니만큼
남성의 몸과 남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죠.
[혼외 출산 포용하지 않는 사회가 영아 유기·살해 낳는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회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책을 출간하는 북펀딩에서
올해 가장 화제가 되었던 책은 재미 아티스트 차학경(1951~1982)이 사망 직전 낸 ‘딕테’(문학사상) 입니다.
딕테(Dictée)는 불어로 ‘받아쓰기’라는 뜻이에요.
지난 10월 28일 시작한 펀딩 목표 금액은 100만원. 하루만에 1077명이 참여해 1700만원 넘게 모금됐고,
모두 4152만600원이 모였습니다. 2030 여성 참여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딕테’는 1997년과 2004년 국내 출간됐으나 곧 절판되었어요.
중고책 가격이 30만원을 호가했습니다.
책은 유관순, 잔 다르크, 그리스 신화의 뮤즈, 저자의 어머니 등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자서전, 소설, 역사, 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실험적인 책.
저자 사망 직후 절판되었다가
10년쯤 후부터 전위 영화 비평가 및 아시아계, 미국 학계가 차례로 서서히 주목해
캘리포니아대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고
여러 대학서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디아스포라 문학 관련 교재로 쓰였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캐시 박 홍의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마티)는
‘딕테’를 주요 테마로 삼아 미국 내 아시아계 여성 예술가의 소수자성을 이야기합니다.
국내 독자들이 ‘딕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캐시 박 홍의 영향이 클 겁니다.
캐시 박 홍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운 시대, 범속한 세상사를 잊고 싶다면,
‘딕테’를 펼치고 예술가의 언어 속으로 풍덩 빠져 보세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