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장호연 옮김|에포크|548쪽|2만5000원
베토벤
제러미 시프먼 지음|김병화 옮김|포노|380쪽|2만2000원
악성(樂聖)은 죽어서도 악성이다. 베토벤(1770~1827)도 후년이면 서거 200주기를 맞지만 지금도 그의 삶과 음악을 다룬 책이 끊이지 않고 쏟아진다. 입심 좋은 영국 음악 칼럼니스트 노먼 레브레히트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왜 베토벤인가”라고. 자문(自問) 뒤에는 반드시 자답이 따른다. “베토벤은 신체가 손상되면 정신적 보상이 주어질 수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청력이 온전했다면 그가 후기 4중주를, 음악가들의 이해를 넘어서는 작품을, 지금 여기를 넘어서는 작품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레브레히트는 베토벤의 작품 이해에 필수적인 100여 곡의 작품을 선정한 뒤 관련 음반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야사와 정사, 사실과 추측이 더러 섞여 있는 그의 글은 흡사 ‘맛있지만 가시가 많은 생선’과 닮았다. 이 때문에 덥석 삼키기 전에 조심스럽게 가시를 발라 먹는 독해 방식이 필요하다.
덜 화려하고 자극적이지만 균형 잡힌 시선을 원한다면 최근 15년 만에 국내 개정판이 나온 미 출신의 음악 평론가 제러미 시프먼의 ‘베토벤’이 훌륭한 ‘보완재’가 된다. “왜 베토벤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시프먼은 이렇게 답한다. “오늘날 특히 서구에서는 고통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또 치유될 수 있는 삶의 징후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베토벤에게 고통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극적 역설이지만 악성의 인간적 고통은, 오늘날 후대에겐 음악적 축복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