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이솝(그리스식으론 아이소포스)의 이름과 더불어 전해진 ‘이솝 우화(Fables of Aesop)’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 인간 본성과 삶의 지혜를 압축해 놓은 이 우화집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아 왔다.
‘이솝 우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널리 알려진 ‘거북이와 토끼’를 생각해 보자. 날쌘 토끼는 느림보 거북이와 경주하던 중 방심하여 길가에 누워 잠을 잔다. 거북이는 꾸준히 걸어 잠든 토끼를 앞지르고 마침내 경주에서 승리한다. 빠른 토끼가 자만심 때문에 느린 거북이에게 패배하는 이 이야기는 ‘꾸준함과 끈기가 때론 재능을 능가할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교훈을 담고 있다.
황새를 초대한 여우가 납작한 대리석 판 위에 국을 대접하자 다음번엔 여우를 초대한 황새가 목이 긴 병에 든 죽을 대접한다는 ‘여우와 황새의 식사’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서는 상대를 대접하는 태도에 대한 가르침뿐 아니라 ‘매사를 상대 처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보편적 삶의 지혜가 엿보인다. 짤막한 이야기에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핵심 비결이 담겼다.
한편 ‘여우와 덜 익은 포도송이’ 이야기는 어떤가. 손에 닿지 않는 포도를 두고 하릴없이 돌아서면서 “그 포도 송이들은 아직 덜 익었어”라고 말하는 여우의 모습은 오늘날 ‘인지 부조화’라고 하는 심리 현상을 포착했다. 이솝은 2500년 전에 이미 인간 본성의 일면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다.
이처럼 ‘이솝 우화’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함 속의 복잡성에 있다. 언뜻 간단한 이야기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인간 사회의 모순, 권력 관계, 윤리적 딜레마가 압축되어 있다.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본질적 고민과 갈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솝 우화’가 수천 년간 살아남은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짧지만 깊은 뜻을 지닌 이 이야기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귀중한 지혜의 보고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