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빼앗는 사회
안혜정·조성호·이광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04쪽 | 1만8500원
실험 과정에서 돌발적인 실수가 일어나기도 했고, 어떤 실험은 아무리 해 봐야 결과가 나오지 않기도 했다. 지도교수가 갑자기 호출을 해서 김을 빼는가 하면 연구실 구성원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가만, 이게 다 뭔가? ‘실패(失敗)’라고 분류할 만한 일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실패는 망하거나 좌절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수정하고 재도전하면 극복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카이스트 학생들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21년 2월 카이스트 총장으로 취임한 이광형 교수는 “성공률 80%가 넘는 연구 과제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과학자들이 두려움 없이 미답의 도전을 하려면 실패를 거듭해도 끊임없이 재시도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4개월 뒤 카이스트에선 ‘실패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이 책은 그 연구소가 3년여 동안 학교 안팎의 사람들을 만나 실패에서 배우는 법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다. 실패를 솔직하게 드러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마련돼야 실패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으며, 가성비 높은 안전한 성공만 추구하는 사회는 오히려 위험하다는 걸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