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 ‘정원’은 극명한 격차를 겪게 됐다. ‘왜 정원은 소수에게만 허락되는가’를 질문하는 동시에 ‘이 도시 모두를 위한 녹색 공간을 늘리자’는 바람을 담았다.”
서울대에서 조경과 건축을 전공하고 졸업 후 한국 회사를 다니다 영국 남동부 소도시 첼름스퍼드로 ‘정원 공부’를 하러 떠났던 김지윤(35)씨는 책 ‘정원 읽기’(온다프레스)를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영국 리틀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정원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현재는 미국 LA의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도시계획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정원 디자인 한다더니 왜 도시계획 과정에 있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텐데, 도시에서의 녹지와 사람과 자연의 교류 필요성 등 결국 정원 디자인과 도시계획은 같은 선상에 있다.”
그는 책에서 영국의 크고 작은 정원, 개개인의 집에 딸린 뜰을 두루 살피면서 한국의 정원 문화도 함께 돌아본다. 혹 ‘정원은 영국이니까 가능한 사치’라고 항변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그는 “누구나 정원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너무 작은 정원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런던도 서울만큼은 아니더라도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형태가 많고, 개인 정원을 갖는다는 건 특권에 가깝다. 물론 정원에 대한 관심으로 옥상정원이나 공동정원 등이 더 발달한 경우는 있다. 그러나 물리적인 공간이 안되더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정원처럼 누릴 수 있다. 방에 놓인 작은 화분이나 아파트 조경 공간, 공원 등 찬찬히 살펴보면 그동안 놓치고 지나간 공간과 식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실제 저자 역시 런던의 폭등하는 집값 탓에 작은 집을 빌려 지내면서 해가 드는 창에 아보카도를 비롯한 작은 식물들을 심었다.
“식물은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도우며 상생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
책은 저자가 영국에서 가장 자주 다니고, 가장 좋아했던 공간인 자작나무 길 등을 비롯해 영국의 정원과 자연, 식물 사진을 두루 담고 있다.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자연이 주는 위로와 평안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꽁꽁 얼었던 추운 겨울을 지나 내미는 새싹과 새 봉오리가 너무 대견하고 기특한 계절이 오고 있다”며 “그 기척을 가까이에서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늘은 어떤 새 잎이 나오는지 어떤 꽃이 피는 지 살피고, 밤 산책에서 누릴 수 있는 향기도 깊이 느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