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 웨더

존 베일런트 지음|제효영 옮김|곰출판|588쪽|2만8000원

숲이 불탈 때

조엘 자스크 지음|이채영 옮김|필로소픽|248쪽|1만8000원

데자뷔인가 예언서인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논픽션을 주로 써온 저자가 2016년 캐나다 서부 앨버타주(州) 포트맥머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집요하게 파고든 책 ‘파이어 웨더(Fire Weather)’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지난달 21일 발생해 서울 면적의 약 80%에 해당하는 4만8000ha를 태우고, 31명의 사망자를 낸 영남 지역 산불이 막 진화된 참이기 때문일 것이다.

북아메리카의 파괴적 벌목 행위를 고발한 ‘황금가문비나무’(검둥소) 등 묵직한 사회 고발성 논픽션을 주로 써온 저자가 이번엔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초래한 대형 산불의 파괴력에 대해 경고한다.

지난달 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마을에서 주민들이 야산에 번진 산불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번 산불은 이례적으로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확산을 견인했다. /연합뉴스

9년 전 발생한 화재를 다루고 있지만, “인간이 불을 (거의) 능숙하게 다루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이 가장 큰 고비” “이제 지구에 사는 대다수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어디건 상관없이 날씨와 기후의 변화를 깨닫고 있으며, 그 변화에서 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등 책이 주는 메시지는 전혀 닳지 않았다.

제목 ‘파이어 웨더’는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날씨를 말한다.

◇이상 고온이 만든 불붙기 좋은 환경

2016년 5월 캐나다 석유 산업 중심지인 포트맥머리에서 ‘맥머리 임야(林野) 화재 009호’라 명명한 화재가 발생한다. 2016년 발생한 9번째 임야 화재란 뜻으로, 수림이 발달한 캐나다에선 그만큼 임야 화재도 비교적 흔하다. 그러나 불은 59만6000ha를 태우고(이번 영남 피해 지역보다 약 12.4배 넓다), 10만여 명의 이재민을 만들었으며(다행히 사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를 낸 후 15개월 만에야 완전히 잡혔다.

저자는 “이것이 현재 지구에서 불이 나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고 말한다. “5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불 자체의 화학적·물리학적 특성은 그대로고 나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온이 높아지고 토양은 건조해져서 숲에 살아 있거나 죽은 채로 머무는 불의 잠재 에너지가 훨씬 수월하게 발산하는 환경이 되었다.”

실제 2016년 5월 3일 포트맥머리 낮 최고 기온은 32도까지 올라간다. 이 시기 지역 평균 기온이 보통 15도 안팎인 것에 비하면, 15도 이상 높았던 것이다. 최저 습도 기록도 갈아치웠다.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지역에서, 그것도 7월에나 볼 수 있을 법한 습도(15%)가 나타났다.

이는 이번 영남 산불과도 같다. 경북 의성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지난달 21~26일 전국 평균 기온은 14.2도로 평년보다 7.1도 높아 초여름에 가까운 이상 고온이었다. 상대 습도 역시 52%로 평년보다 7%포인트 낮았다.

이상 고온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저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구 온난화’를 꼽는다. 우리가 석유 등 연료를 태워 불을 소환할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고, 이렇게 풀려난 이산화탄소는 열을 가두는 특성을 발휘한다. 심지어 ‘청정’ 연료로 여겨지는 천연가스 주성분인 메탄은 열 보유력이 이산화탄소보다 최소 25배 크다. 지구 대기는 거대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방 안처럼 범위가 한정적이라, 결국 그 열은 지구 표면에 축적된다.

저자는 묻는다. “지구에 바글바글 모여서 연료를 태우는 수십억 명의 인구는 과연 메탄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평형점에 맞출 수 있을까?”

◇달라진 산불만큼 관점도 바뀌어야

프랑스 철학자가 쓴 ‘숲이 불탈 때’는 이 달라진 산불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는 현대의 산불을 부르는 호칭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강도, 확산 속도 및 범위, 발생 빈도 등 현대의 초대형 산불은 과거 산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새로운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온 용어가 ‘메가파이어’다.

달라진 산불만큼이나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관점도 변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간이 자연을 보는 관점은 ‘착취하며 철저히 통제하려는 입장’과 ‘자연을 불가침 영역으로 보며 방임’했던 이분법적 사고로 나뉘어 있었다.

오늘날 자연이 더 이상 인간과 분리된 ‘원시 자연’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생법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다소 모호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산불이 더 이상 인간이 오래전부터 경험해 온 것과 같은 형질의 것이 아니며, 인간 역시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메시지만큼은 확실히 새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