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추는 춤이지만 하나의 심장인 것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을 공유하는 춤이에요.”

탱고 에세이 ‘우리의 심장이 함께 춤을 출 때’(멜라이트)를 쓴 보배(35)씨가 말했다. 그는 고등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글을 쓴다. 탱고를 춘 지는 10년쯤 됐다. 지금은 남편이 된 세모씨와 연애하던 시절 탱고 챔피언십에 나가 뉴스타 부문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

홍대 앞 어느 건물의 어둑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짙은 향수 내음이 뒤섞인 지하의 밀롱가(탱고를 추는 장소)에 들어서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카베세오(탱고의 춤 신청 방식), 베소(가벼운 입맞춤 인사), 코라손(심장 또는 마음이란 뜻으로 탱고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감각) 등 낯선 스페인어와 문화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심박수가 높아진다. 이 세계, 궁금하다.

/멜라이트

‘탱고가 인생의 몇 할을 차지하느냐’는 질문에 보배씨는 “탱고가 없었으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삶인 것 같다”며 웃었다. 탱고를 배우다 남편을 만났고, 임신 중에도 조심스레 탱고를 췄다. 그래서인지 15개월 된 아기 ‘봄땅이’도 탱고 음악만 틀어주면 신이 나서 엉덩이춤을 춘다. 자잘한 박자에는 작게 엉덩이를 흔들고, 큰 박자에는 크게 엉덩이를 씰룩인다. 저자는 “‘탱고 스타’는 되지 못했지만 ‘탱고 패밀리’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상대방에게 오롯이 몰입해 걷는 춤. 탱고의 정신은 타인과의 연결에 대해 곱씹게 한다. 저자는 “상대방이 온 힘을 다해서 나한테 집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춤”이라고 했다. “자기가 추고 싶은 대로 추면 탱고가 완성될 수 없어요. 탱고는 함께 걷는 춤인 만큼 공감이자 환대, 포용이면서 포옹인 셈이죠.”

책 '우리의 심장이 함께 춤을 출 때' 본문에 실린 사진. 저자의 탱고 파트너이자 남편인 세모씨가 찍었다. /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