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탄생 150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해 출간된 릴케의 기도시집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민음사)를 읽었습니다. 1992년 초 이 시집을 완역해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독문학자 김재혁 고려대 명예교수가 새로 번역해 내놓았어요.
1905년 성탄절에 출간된 ‘기도시집’은 시인 생전에만 6만부 팔릴 정도로 사랑받았답니다. 릴케는 연인 루 살로메와 함께 한 두 번의 러시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고, 첫머리에 ‘루의 손에 바칩니다’라는 헌사를 적었습니다.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수도사 생활의 서’에 66편, 2부 ‘순례의 서’와 3부 ‘가난과 죽음의 서’에 각각 34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릴케는 중세의 기도서에 착안해 이 책을 ‘기도시집’이라 명명했답니다. 시적 화자는 러시아 수도사로, 성화를 그리는 화가이자 시인이기도 합니다. 민음사판 제목은 1부 두 번째 시의 첫 연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사물들 너머로 펼쳐지며 점점 커 가는/ 동그라미들 속에서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 동그라미를 마무리 지을지 알지 못하지만/ 나 온 힘을 다해 해보렵니다.”
이 시의 두 번째 연이자 마지막 연이 아마 ‘기도시집’의 가장 유명한 구절일 겁니다. “나는 신의 주위를 맴돕니다, 태곳적 탑을,/ 나 수천 년이라도 돌고 돌 것입니다./ 나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내가 매인지, 폭풍인지/ 아니면 한 곡의 위대한 노래인지.”
시인이 그리는 ‘동그라미’가 삶 자체인지, 예술인지, 또 다른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시의 아름다움은 ‘위대한 노래’가 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지만 “온 힘을 다해 해보려는” 인간의 마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범인(凡人)이든, 예술가든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