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판도라TV 공동 창업자고, 구글로부터 1600억원의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가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고 공식 사과했다. 판도라TV가 방송 후 공식 대응에 나선지 이틀만이다.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SBS 집사부일체 출연장면. 지금은 일반화된, 인터넷 동영상 앞에 15초 광고를 넣는 방식이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화장품과 마스크, 소독제 등을 제조 판매하는 파워풀엑스 박인철 대표가 출연했다. 이날 '반값 소독제로 ‘코로나 영웅’ 등극, 착한 기업 CEO(대표이사)와의 만남'으로 소개된 박 대표는 방송 도중 자신이 판도라TV의 공동창업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날 “동영상 앞 부분 15초 광고를 삽입하는 아이디어를 자신이 처음으로 개발했고, 구글로부터 1600억 원에 판도라TV를 매입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도 했다.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SBS 집사부일체 출연장면. 판도라TV의 공동창업자라는 자막이 나온다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SBS 집사부일체 출연 장면. "1600억원에 구글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내 손으로 내 회사 더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거절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방송 후 판도라TV 측은 박 대표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판도라TV 측은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인철 대표가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판도라TV에 발언한 내용을 바로 잡습니다”라는 공지글을 통해 “SBS ‘집사부일체’ 136회 ‘착한기업 CEO와의 특급 만남’ 편에 출연한 박인철 대표는 본인이 ‘판도라TV를 공동창업하였고, 15초 동영상 광고 아이디어를 최초로 냈으며, 구글로부터 1600억에 인수 제안을 받았었다’고 발언하였으나 이는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다.

판도라TV 측은 “판도라TV는 김경익 대표가 1999년에 설립하였고, 동영상 서비스는 2004년 10월에 시작됐다. 2006년 5월 광고사업본부를 만들 때 박인철 상무로 입사하여 1년 8개월 정도 근무했던 직원으로 공동창업자가 아니다”라며 “구글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1600억 인수 금액은 터무니없는 거짓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판도라TV 측은 “방송 내용을 인지한 후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SBS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였으며 필요할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 조정 신청을 할 예정”이며 박인철 대표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도라TV는 지난 10일 자사 홈페이지에 박인철 대표가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하여 한 발언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문을 올렸다

박 대표는 12일 공식사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방송프로그램 출연이라는 커다란 부담속에서 몇몇 표현의 문제로 사과드리게 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방송이라는 특성상 조금 더 신중을 기하지 못 한 제 불찰이 크다, 방송에 익숙지 않았던 저의 이야기로 상처를 받으셨을 시청자 분들과 판도라TV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마치 자신이 창업 멤버인 것처럼 묘사된 것에 대해선 자신이 판도라 TV 초창기 광고사업본부를 맡아 별도의 사내 광고대행사를 창업하는 구조로 일했고 4명으로 시작한 사업본부를 20명까지 늘려 광고에서 나온 수익으로 광고 담당 직원들 월급도 직접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타사 서비스들의 월 매출이 1억도 되지 않을 상황에서 우리는 약 100억(연)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창업멤버가 창업원년의 멤버라는 의미보다 초창기에 본격적으로 함께 사업을 확장했다는 뜻으로 발언했다”고 말했다.

구글과의 인수설에 대해선 “당시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싸움터였고 광고 및 마케팅을 진행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회사들과의 미팅과 이야기,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었으나 구체적인 인수진행까지 갔던 부분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동영상 앞 부분 15초 광고에 대해선 “제가 시작한 내용은 아니지만 시장상황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며(ex. 정시홈쇼핑광고) 실제 광고주에게 판매할 수 있는 광고상품으로서의 가치와 영업을 통해 급격한 매출신장을 만들어 낸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제 개인을 강조하기보다 판도라TV가 가장 먼저 시행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였으나 이 역시 오해를 살 수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판도라TV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오자, 자신이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해서 했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아직 부족함이 많은 한 기업의 대표로서 논란을 야기시킨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SBS관계자분들과 집사부일체 출연진 및 프로그램에 누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사태해결을 위한 판도라TV와의 진심을 담은 자를 마련하여 과한 열정과 부족함으로 벌어진 잘못을 바로 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방송을 보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방송 자막 등으로 박인철 대표를 ‘자수성가 창업대장’으로 지칭하고, 다시 ‘구글이 찜한 대장의 창업작?’ 등으로 표현하는 등 적극적으로 판도라TV 시절 그가 올린 성과를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SBS ‘집사부일체’ 제작진이 영리 활동을 하며 기업을 운영하는 방송 출연자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인용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사부일체’ 방송 내용과 관련, 판도라TV와 박인철 대표 양 측이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SBS 측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